예를 들어볼까요.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정과 신한울 원전 3, 4호기 공사 재개 등 이번 정부 들어 기업이 불편해했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며 먼저 기업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애로사항을 얘기하니, '어쩔 수 없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다', '정책과 모순돼 받아줄 수 없다'며 피하고는, 되레 '소프트웨어 인적 자원을 10배 더 늘려달라', '제로 페이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등의 요구만 늘어놓았죠. 이게 진짜 소통일까요.
지난해 12월,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이달까지 당·정·청의 기업 현장 방문과 간담회는 30건이 넘습니다. 이젠 좀 우리 얘길 들어주겠지, 좀 나아지겠지 했던 기업들은 이럴 거면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약속한 거라도 제대로 실천해주면 또 모르죠.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는 지난달부터 시행됐지만 통과된 건 고작 7건. 신나게 새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했던 대통령의 말은 온데간데없이 부처 간 심의도 다르고, 협의도 제대로 안 돼 벌써부터 한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정부 출범을 전후로 재계가 건의한 제언 중 실제로 정책이나 입법에 일부라도 반영된 건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6건은 사실상 답보 상태이거나, 오히려 후퇴했지요.
2008년 영국 정부는 새로운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기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3천여 개의 지원 프로그램을 30개로 통합·교체하고,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창구를 단일화하며, 정부와 기업이 파트너십을 갖고, 정보를 제공, 지속적인 모니터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영국은 세계은행에서 선정한 기업하기 좋은, OECD 국가 중 기업에 가장 낮은 진입장벽을 가진 나라가 됐습니다. 이 모두 정부가 기업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경청한 결과였지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새 경제팀 출범과 함께 '그간 산업계의 어려운 점을 경청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 불과 두 달밖에 안 된 지금, 되묻고 싶습니다. 들어주지도 않고 자기들 말만 할 자리. 왜 만나자고 했는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