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험지 유출사건 등 내신 평가를 불신하게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하는 교육청이 늘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미 이 제도를 시행했던 울산·부산 지역은 물론 서울·경기·대구·광주 등 대도시 교육청에서도 이번 새 학기부터 자녀가 재학 중인 공립 중·고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을 다른 학교로 보내기로 했다.
작년 '숙명여고 시험문제·정답 유출사건'이 발생한 서울시교육청은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공립 중·고교 교사들에게 전보 신청을 내도록 요청하고 다음달 1일자 정기인사에 반영했다. 교사 인사권한이 학교법인에 있는 사립학교는 같은 학교법인 내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최소한 자녀가 속한 학년은 담당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교육감 선발 후기고 신입생 배정 때도 교직원 자녀 96명을 부모가 재직하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배정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올해부터 공립 중·고교 교사 발령 시 상피제를 의무 적용한다. 작년까지 권고사항이었던 탓에 자녀와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교사들은 다음달 1일자 인사에서 모두 전보 대상이 된다. 사립학교에는 '자녀가 재학 또는 입학 예정인 학교에 근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인사업무지침을 전달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있는 사립 중·고교 교사는 166명이었다. 대구·광주시교육청도 다음달 1일자 인사에 이 같은 상피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대도시 교육청들이 상피제 도입에 속도를 낸 것과 달리 농어촌이나 섬 지역을 담당하는 교육청들은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문계 학교가 한 곳밖에 없는 농어촌 지역의 경우 교사 부모나 학생 중 한쪽이 다른 시·군으로 옮겨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남·경북·충북·인천·강원교육청 등은 올해 과도기를 거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대도시는 상피제를 시행해도 큰 무리가 없지만 농어촌이 많은 지역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여론이 상피제 도입으로 기울어진 탓에 내년에는 대부분 지역에 도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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