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 음식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다. 평일 저녁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한 마라탕 가게는 한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 = 오현지 인턴기자] |
마라는 맵고 얼얼한 맛을 내는 중국의 대표 향신료로, 마라탕·마라샹궈·마라롱샤의 맛을 담당하는 주재료다. 특유의 향신료 향과 입이 아린 맛 탓에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마라 중독자들은 그 생소함이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마라탕에 푹 빠졌다는 대학생 박수정 씨(24)는 마라의 매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맛'을 꼽았다. 그는 "처음엔 입이 얼얼해서 이러다 마비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 시원함에 중독됐다"며 "마라탕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가 없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 씨와 같은 이른바 '마라 중독자'들이 늘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마라 음식점들은 이제 배달 서비스도 겸하고 있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나 짬뽕을 배달시키듯 마라탕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 배달 앱에서 마라 전문 식당을 찾아 후기를 살펴보면 수백 건에 이르는 경우가 잦다.
식품업계도 마라 유행에 편승한 지 오래다. 삼양식품이 일찍이 마라의 본토인 중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했던 '마라 불닭볶음면'은 국내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편의점 CU에서도 마라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 '마라탕면'이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마라탕의 국물을 그대로 재현하며 마라 중독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치킨 브랜드 BBQ도 치킨과 마라를 접목한 '마라 핫치킨'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마라 음식은 20·30세대의 열렬한 지지 아래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와 있다.
자칭 마라 중독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중국 본토의 맛을 찾기 위해 '서울 속 중국'이라 불리는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향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8일 방문했던 대림동은 '범죄도시'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마라 음식을 찾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의 한 마라탕 집에서 만난 직장인 신지현 씨(27)도 예상외로 많은 한국인들에 놀란 눈치였다. 신 씨는 "한국인이 없지 않을까 싶어 걱정하며 왔는데 식당에 한국인이 더 많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맛은 한국 프랜차이즈 식당과 비슷한데 가격이 싸서 놀랐다"며 "직접 재료를 고를 순 없지만 거의 반값에 마라탕을 먹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밖에서 마라 음식을 사 먹는 데 지친 소비자들은 직접 재료를 구매해 요리하기에 이르렀다. 얼핏 생각하기에 만들기엔 품이 많이 들지 않을까 싶지만 마라 소스만 준비돼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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