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통한 5G 서비스 얘깁니다. 초고속, 초저지연이란 수식어를 달았지만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연결이 안 되고, 어쩌다 된다 해도 기존 LTE보다 느린 건 물론, 완전 무제한 요금이라 해놓곤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한다는 조항을 몰래 넣은 요금제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나마 있는 건 '세계 최초'란 수식어뿐인데, 그럼 뭐합니까. 경쟁하듯 속도에만 열을 올리다가, 꼴찌보다 못한 지경이 됐는데요.
문제는 전파의 도로 격인 기지국이 한참 모자란단 겁니다. 지난 3일 기준, 통신 3사의 5G 기지국은 8만 5천여 개,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어 지방에선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4G 기지국은 그보다 10배는 더 많죠. 실제로 지금부터 계속 열심히 기지국을 설치해도 2020년은 돼야 전국에 서비스된다니, 말 그대로 길도 없이 달리는 자동차만 만든 셈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를 신산업으로 지정해 2026년까지 관련 일자리만 60만 개 창출, 730억 달러 수출까지 달성하겠다고 합니다. 너무 원대한 꿈 아닐까요.
세계 최초란 이름만 쫓느라 기지국도 제대로 설치를 못 한 채 광고만 해대는 이통사. 비싼 핸드폰 값과 요금을 내고도 통화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소비자. 기지국 설치를 위해 주 100시간 이상의 노동에 시달리는 이통사 협력업체 직원을 외면하는 정부.
조급함은 일을 그르치는 적이라고 하지요. 최초도 좋지만, 그보단 모두가 만족하는 최고가 더 낫지 않을까요. 지금이라도 요란하기만 한 빈 수레를 잠시 멈추고 상황을 좀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