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철거한 지 닷새 만에 시민사회단체에 되돌려주기로 했다.
2박 3일간의 불법 시청사 점거 농성에 부산시가 항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등은 "노동자상 철거는 친일행위"라며 지난 15일부터 부산시청 청사 로비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7일 부산시의회에서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과 함께 노동자상 반환과 원탁회의 구성에 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부산시의회를 추진기구로 하는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을 위한 부산시민 100인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노동절인 5월 1일 전까지 원탁회의가 지정하는 장소에 노동자상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100인 원탁회의 운영에 관한 세부적 내용은 건립특위와 시의회가 협의해 정하기로 했고,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보관 중인 노동자상은 즉각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오 시장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기 위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취지에는 공개적으로 공감의 뜻을 밝혀왔지만, 행정기관으로서 절차적 문제와 관련해 불가피한 조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행정 집행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해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처를 하고 원탁회의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어려운 용단을 내리고 이 자리까지 함께해준 오 시장께 감사드린다"며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에는 민·관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양측을 중재한 박 의장은 "서로 입장차로 갈등과 아픔이 있었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며 "이제 노동자상은 폭넓은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합법적으로 설치될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 12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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