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속 남편은 자신을 몰라보는 아내를 안고 흐느낍니다. 아내는 치매 환자였죠.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대통령 내외가 찾은 곳은 금천구 '치매안심센터'였습니다. 고령화 시대, 치매 인구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치매 보험 상품도 쏟아지는데, 최근엔 '가벼운' 치매도 보장해 준다는 상품이 인깁니다. 치매 진단 기준인 임상 치매 평가척도 기준으로 1단계에만 해당해도 진단비 수백만 원에 매달 간병비까지 평생 챙겨준다며 가입을 권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걸 다 믿어도 되느냐. 처음엔 경증 치매도 다 보장해 준다고 해서 가입했지만, 막상 약관을 받아 보면 'CT와 MRI 등의 검사를 기초로 해야 한다.'라는 문구가 깨알같이 적혀 있습니다. 사실 경미한 치매는 뇌 영상에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죠. 결국 치매가 맞는데도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심지어 국가에서 치매로 인정해 혜택을 받는 중증질환자도 보험약관에서 정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이 거부될 수도 있다니 '언제는 가벼운 치매도 보장해준다.'고 해놓고, 계약자 입장에선 정말 분통 터질 노릇이죠. 또 치매 환자는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가족 등이 대신 청구하는 '지정대리인 청구제도'란 게 있습니다만, 보험사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이런 게 있다는 걸 누가 알겠습니까.
이런 불만이 계속되고 있지만, 금감원은 수많은 상품 약관을 일일이 심사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보험 약관 고치는 걸 보험사 자율에 맡기겠다는데, 보험사들한테 '보장범위 설명을 정확하게 하라', 소비자들에겐 '잘 확인한 뒤에 상품을 선택하라'고만 하는 건, 경찰이 도둑 잡을 생각은 않고 문단속 잘하라고 외치기만 하는 것과 뭐가 다른 걸까요.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곧 100만 명이 됩니다. 지금이라도 보험사의 과장 광고를 단속하고, 치매 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와 지급기준을 명확하게 고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그게 더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