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이 여성단체 등의 비난을 받으면서 차츰 중단되고 있습니다.
지원 대상인 농촌총각이 많지 않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성차별 시비나 포퓰리즘 논란 등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어서입니다.
경남의 경우 합천·창녕·함안·진주 등 도내 7개 시·군이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두고 있지만, 향후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1인당 600만원씩 주던 지원금 중 30%(180만원)를 부담하던 경남도가 올해 예산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도가 사업을 접은 배경은 첫해인 2006년 40명이던 지원 대상이 2010년 47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급격히 줄고 있어서입니다. 작년에는 고작 5명에게 지원금이 나갔습니다.
언어·문화장벽 속에서 이뤄지는 국제결혼 특성상 파경을 맞는 부부가 적지 않다는 점도 사업을 지탱하기 힘든 이유가 됐습니다.
도 관계자는 "결혼과정에서 신부가 한국어 능력시험 등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신청이 많지 않았던데다, 국제결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도가 발을 빼면서 함께 사업을 펴던 시·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합천군 관계자는 "올해는 도비가 지원되지 않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군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이어갈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남 나주시도 2012년 조례를 제정해 만 35∼50세 농촌총각의 국제결혼 지원 근거를 마련했지만, 지금까지 지원이 이뤄진 사례는 없습니다.
비슷한 조례를 둔 전남지역 다른 시·군도 '농촌총각' 제한을 풀고 남녀 모두에게 공평하게 결혼 지원금을 주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한 군청 담당 공무원은 "요즘에는 농촌총각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여성가족부가 인권침해 소지 등을 우려해 지원 자제를 요구해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북 영동군은 2006년부터 20∼55세 농업인이 결혼할 경우 1인당 300만원을 줍니다.
애초 국제결혼만 지원하던 것을 2008년 제정된 인구 늘리기 지원 조례에 맞춰 내국인까지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어 2017년에는 미혼 남성뿐 아나라 농업에 종사하는 미혼 여성도 대상에 포함시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앴습니다.
군은 지난 5년간 39명에게 결혼 지원금을 줬다, 이 중 27명은 국제결혼을 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지원대상이 한 해 8명을 밑돌아 인구 늘리기 효과는 크지 않지만, 농업복지 차원에서 사업을 이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남 청양군도 같은 이유로 11년간 시행해온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정비해 지난해부터 남녀 모두에게 결혼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은 도입 단계부터 여성단체 등의 반발을 샀습니다.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실상 '매매혼'이나 다름없는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을 폐지하라"는 글이 올라 3만여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가부장적인 관습을 답습하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이고,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적 요소, 성평등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비슷한 사업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중앙정부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농촌총각 국제결혼을 지원하는 전국 22개 시·군에 사업 재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갈등을 지적하는 민원이 잇따르는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사업 자제를 요청한 것"이라며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국제결혼 지원사업 같은 일회성 사업을 제지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