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의혹만 남기고 '무혐의'로 마무리됐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13개월 만에 끝났습니다.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구속 수사를 이끄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사위 최종 발표 내용에는 여전히 사실관계나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의혹이 여럿 담겨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강제 수사 권한이 없는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한계가 '장자연 사건'에 이어 또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검찰과거사위는 어제(29일) "윤중천 씨와 교류하던 검찰 고위 간부 중 일부가 윤 씨 관련 사건에 개입한 정황 등이 확인되고 있어, 수뢰죄 또는 수뢰후부정처사죄 등을 범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현재 김 전 차관을 수사하고 있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윤 씨에게 뇌물·접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전(前) 검찰 고위직 인사들을 수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윤중천 리스트'에 해당하는 인물로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 박 모 변호사(전 차장검사)를 지목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한 전 총장에게 수천만 원을 줬다"는 윤 씨의 진술과 2013년 경찰 수사기록에 담겼던 윤 씨의 전화번호부, 수첩, 통화내역, 압수된 명함, 관련자 진술 등을 들었습니다.
과거사위는 '윤중천 리스트'에 대해 "검찰 내 스폰서 문화의 실체와 그 폐해 등 진상을 파악해 이를 단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당장 수사를 권고할 만큼의 근거가 부족하기에 과거사위가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인 '수사 권고'가 아닌 '촉구'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과거 '김학의 사건' 조사팀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수사는 구체적인 혐의와 증거 등 처벌 가능성이 있어야 개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원주 별장의 용도가 접대뿐이었는지(가족 모임 등), 의혹 대상자의 별장 출입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성접대 등을 받았는지, 대가관계는 인정되는지, 공소시효는 남았는지 등 여러 의혹 등을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야 수사를 논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 혐의 없이 검찰에 책임을 넘겨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조사단 내부 의견이 충분히 조율되지 못했다는 폭로도 나왔습니다.
박 변호사는 "과거사위에 보고된 김 전 차관 보고서 분량은 1천 페이지가 넘는다"며, "그런데 이 보고서를 주도적으로 쓴 단원(현직 검사)의 의사가 무시당한 채 (보고서가)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사실상의 '수사 권고'를 한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인 김용민 변호사는 "조사 내용을 알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박 변호사의 지적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근거가) 부족해서 수사 촉구를 한 것이 아니라 수사단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권고를 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과거사위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 권고 역시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 원을 줬다"는 윤 씨 진술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법조계에선 후에 번복되기도 한 윤 씨 진술만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진상조사단의 소환 통보를 거부한 김 전 차관이 심야 출국을 시도하다가 긴급 출국금지를 당한 이후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이날 김학의 사건 심의 결과 발표로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13개월 간의 조사가 마무리됐으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보다는 더 깊어진 상황에서 다시 검찰이 '윤중천 리스트' 수사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과거사위의 정한중 위원장 대행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사건이 오래된 경우 많았고 강제 조사권이 없어 충분한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정 대행은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