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들으면 여성들의 말 같지만, 우리나라 남성들, 특히 20대 남성들이 하는 말입니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이 급감하면서 드러난 일명 '대한민국 20대 남자 현상'이지요.
때문에 이들은 여성을 동반자가 아닌 적으로 여기며 페미니즘을 극도로 혐오합니다. 평생 민주화와 여성 권익을 위해 애쓰다 고인이 된 이희호 여사를, 입에 담기도 힘든 말로 비난하는 대학생이 있을 만큼 말이지요.
수능 만점에, 국내 최고 대학에 다니는 거로 알려진 그는 자신을 '안티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를 만들어 여성단체에 예산을 몰아주는 바람에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이를 만든 이희호 여사의 죽음을 애도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당장 공부만 잘하면 뭐하냐, 현실이 힘들다고 괴물이 되진 말자,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비판의 글부터,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게 민주주의 아니냐, 고인 모독은 현 정권이 먼저 했다, 생각을 강요하지 말라는 옹호의 글까지.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은 성과 세대를 넘어 이념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걸 수능 만점을 받고도 취업이 힘든 한 학생의 몽니로 봐야 하는 건지, 우리 사회가 낳은 정치적, 이념적 대립의 결과로 봐야 하는 건지, 딱히 뭐라 결론짓기도 힘듭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에겐 어른이고, 고인에 대해선 예를 갖추는 게 사람 된 도리이며, 그것이 이념을 떠나 우리 사회 모두가 인정하는 기본예절이란 걸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는 거지요.
'무엇을 공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느냐도 중요하다.' 지난해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이 한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왜, 어떤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우리 어른들이 제대로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