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당시 동네 주민들에게 "박정희 정권이 무너져야 한다"고 말했다가 징역형을 받았던 농부가 43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혁근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1975년 9월, 전라북도의 한 시골마을 양수장 앞에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여기서 당시 40대 농부였던 백 모 씨는 병충해에 농사를 망치자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논에 나락이 다 죽어도 박정희가 한 게 뭐가 있느냐"며 "박정희 정권은 무너져야 한다"고 소리친 겁니다.
결국 백 씨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긴급조치 9호는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전파하는 자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듬해 6월, 백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43년 뒤 재심에 나선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광주고등법원은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고 무효"라며 백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인터뷰(☎) : 김보람 / 변호사
- "헌법재판소에서도 긴급조치 9호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고, 검찰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재심을 청구한 점으로 고려해서 무죄를 선고한 판결로 보입니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백 씨는 27년 전 이미 6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MBN뉴스 이혁근입니다. [ root@mbn.co.kr ]
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