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귀갓길 여성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귀갓길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여성 안심 귀갓길'이라는 게 전국에 3천여 곳이 지정이 돼 있는데, 하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제대로 운영도 안 되고 있습니다.
MBN 안전기획 '여러분 동네는 안녕하십니까', 김지영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 기자 】
여성 안심 귀갓길로 지정된 서울의 한 주택가입니다.
일반 거리와 다른 점은 바닥 표시와 전봇대에 설치된 비상벨, 그리고 CCTV입니다.
밤길 여성 안전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지정된 '여성 안심 귀갓길'은 전국적으로 3천여 곳.
하지만 정작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정지안 / 서울 휘경동
- "(안심 귀갓길인지) 잘 몰랐어요. (밤에는) 무서워서 잘 안 다니는 편이긴 해요."
관할 경찰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안심 귀갓길 주소가 나오는데, 이마저도 3분의 1은 안내조차 안 돼 있습니다.
안내판도 바닥 표시도 없어 일반 거리와 구분이 안 되는 곳도 절반 가까이 됩니다.
CCTV나 비상벨 등 방범시설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실제 여성 안전을 지키기엔 역부족입니다.
▶ 스탠딩 : 김지영 / 기자
- "서울 동대문의 한 여성 안심 귀갓길입니다. 위급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비상벨이 얼마나 설치돼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약 6백 미터 거리를 둘러봤는데요. 설치된 비상벨은 단 1개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안심 귀갓길 114곳은 CCTV도 비상벨도 없어 밤이 되면 여느 거리와 다를 바 없는 범죄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 인터뷰 : 귀갓길 여성
- "다음 골목에 사는데 약간 무서워서 인기척 있으면 빨리 걷거나 뛰거나."
강제성이 없어 지자체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관리에 소홀히 한 건데, 뒤늦게 부실한 안심 귀갓길 1천여 곳의 시설을 일제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곽대경 /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상대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밝은 조명을 비추는 가로등도 보완 설치하는 것이 필요…."
문제가 발생하면 새 대책 내놓기에만 급급, 이미 만들어 놓은 대책을 제대로 관리·운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MBN뉴스 김지영입니다. [gutjy@mbn.co.kr]
영상취재 : 배완호·김회종·김영진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