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스마트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무려 3천억 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을 확보하고도 시작도 못 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인데, 스마트 공장 보급과 확산 등 인프라는 중기부가, AI나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개발은 산업부가 담당하면서 서로 자기 방식, 자기 부처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하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
한편에선 산업부 산하의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되면서 그 위계가 제대로 정리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던 스마트 공장 사업까지 중기부에 넘어가니 감정이 좋지 않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물론 겉으론 '부처 간 이견은 전혀 없으며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하지만 이미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스마트 산단 출범식이 무기한 연기된 것만 봐도 그건 아닌 것 같죠.
또 케이블과 IPTV 같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규제하는 유료방송 합산 규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대립하고 있고, 소비자가 의료 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DTC 사업도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네 탓'만 하며 시작을 못 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지난 5월 복지부와 문체부가 게임중독 기준을 두고 갈등만 하자 국무조정실이 조율에 나서겠다고 했을까요.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은 정책 추진에 있어 '부처 간 이기주의를 떨치고 협업을 하는 게 기본'이라고 하는데, 이런 우리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공무원은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부처를 위해서가 아니고요. 그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라는 이 상식적인 말을 또 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