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를 막겠다며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만든 목동 빗물펌프장(신월 빗물저수배류시설)이 시운전부터 관리·감독에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현장 직원 3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양천구,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합니다. 지금과 같은 관리 체계라면 언제든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2일) 서울시와 양천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의 배경에는 허술한 관리 체계가 있었습니다.
시설 운영 주체는 양천구지만, 완공 전이라 시공사 관리·감독 권한은 발주처인 서울시에 있었습니다.
지난달 1일 시운전이 시작된 이후 현장 점검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양천구가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시공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졌습니다. 양천구-서울시-시공사로 이어지다 보니 현장 조치가 제때 이뤄지기 힘든 구조입니다.
지난달 29일에도 양천구는 서울시에 "28일 시운전 과정에서 터널에 유입된 빗물로 방수문 누수와 배제 펌프 전력 과부하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개선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서울시와 시공사인 현대건설 모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개선 요청이 오다 보니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양천구, 시공사 간 소통도 원활치 않았습니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31일 오전 5시부터 서울지역에 호우가 예보됐지만, 서울시·양천구·시공사 모두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오전 7시 30분 이후에야 양천구 직원이 협력업체에 상황 파악을 요청했지만, 이미 현장 직원들은 터널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수문 제어실로 가는 출입문의 비밀번호 역시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공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양천구에 따르면 제어실에는 두 개의 출입문이 있는데 하나는 양천구, 하나는 현대건설이 비밀번호를 따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양천구청의 연락을 받은 현대건설 직원이 가까운 양천구청 관리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비밀번호를 몰라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수문이 열리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1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수문 사고가 있었지만, 관리 체계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작년 8월 28일 양천구, 강서구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났지만, 당시 펌프장에는 현장 대기 인원이 없어 제때 수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개방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서울시가 이후 자동 개방 시스템으로 바꿨지만, 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화를 자초한 셈이 됐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끝나고 원인이 규명되면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신월 빗물배수저류시설은 상습 침수지역인 강서·양천 가로공원길 일대 수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3년 5월 착공됐습니다.
총사업비는 1천380억원으로, 서울시가 발주해 현대건설 등이 시공을 맡았습니다.
지난달 주요 공사를 마무리했고, 10월 15일까지 시운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