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나이 차별 금지…양질 일자리 취업하는 미국 노인들
② 평생 직장 걱정 없는 덴마크 노인들 "연금 받으며 일해요"
③ 인생 2모작 독일 노인들 "비결은 열린 교육"
【 앵커멘트 】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은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논의가 아직 걸음마도 못 뗐습니다.
MBN 연속기획 '은퇴는 없다', 두 번째 시간으로 평생 직업 문화를 만드는 덴마크의 사례를 전해 드립니다.
정치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중소기업에서 가죽 가방을 만드는 장인이었던 헨슨 씨는 만 60세가 되면서 일자리를 옮겼습니다.
몸이 예전같지 않아 정교한 일을 할 수 없어 일찍 퇴직했지만, 단순 작업인 초콜릿 포장 상자를 찍으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다는 말에 헨슨 씨는 활짝 웃습니다.
▶ 인터뷰 : 에릭 헨슨 / 기능공 전환(60세)
-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오래 일할 수 있어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구 디자이너에서 시민단체 사무직으로 전환한 스테븐슨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울프 스테븐슨 / 사무직 전환(65세)
- "자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한 계속해서 일할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금과 복지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이들이 계속해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유서 깊은 건물에 자리 잡은 작은 사무실.
노인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진 시니어 비즈니스는 지금은 정부 보조를 조금 받지만, 순수 민간단체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일손이 부족한 기업을 찾아 노인들의 장점을 설명하고 인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전국 22개 지부가 있는데, 이곳 코펜하겐 지부에서만 연간 수십 명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올르바크 닐슨 / 시니어비즈니스 회장
"정년이 늘어나면서 노동시장도 여기에 맞춰야 하는데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함께 모여서 계속 대화를 해야 합니다."
코펜하겐에서 차로 2시간, 다시 배로 1시간 걸려 도착한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
'제3커리어'라는 이색적인 운동을 시작한 팀백 회장은 인생을 청년과 장년, 노년으로 나눠 황혼기에 들어도 꾸준한 자기 계발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운동에 참여한 노인 3분의 2가 생각을 바꿔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그 중 3분의 1이 실제 노동시장에 참여했습니다.
▶ 인터뷰 : 폴 에릭 팀벡 / 제3커리어 대표
- "이게(일을 못하는 것이) 노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기업이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능력 중에서 뭐를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덴마크 오르후스)
- "덴마크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오르후스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모범사례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간 중심으로 시작된 이 노인 일자리 운동은 제도 변화에도 큰 몫을 했습니다.
올해 65.5세로 정년퇴직하는 노인은 오는 2022년부터 개인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금 수급을 연장하는 추세입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74세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이 늘어나도록 이미 법으로 못 박았습니다.
▶ 인터뷰 : 마이브리트 피더슨 / 한스크누센 연구소 개발기획 담당
- "지식이나 숙련도에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노인들이 일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또, 덴마크 정부는 한 달 최대 200만 원까지는 소득이 있어도 기초 연금을 차등 지급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 노인 취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뷔아느 호스트룹 / 덴마크 노인회장
- "만약 퇴직을 미루게 되면 나머지 기간에 (직장)연금 수령액이 훨씬 많아집니다."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답게 노인의 삶의 질 또한 가치있게 생각하는 그들은 이미 일자리가 돈벌이 수단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덴마크에서 노인의 정의는 퇴직한 사람일 뿐 차별적 의미가 없습니다.
▶ 인터뷰 : 뷔아느 호스트룹 / 덴마크 노인회장
- "노인이라는 개념보다는 어떤 사람이냐는 개념을 사용해야 합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덴마크 코펜하겐)
- "민간 영역에서 출발한 덴마크의 평생 직업 운동은 노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식도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에서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