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앞에서 아내 살해한 치매 노인에게 치료목적 보석 첫 허용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손주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치매 노인에게 법원이 주거를 치매 전문병원으로 제한하는 치료 목적의 보석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A씨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보석 결정을 했다고 9일 밝혔다. 법원이 치매환자에게 '치료적 사법'을 목적으로 보석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치료적 사법은 법원이 개별 사건 해결에 머무르지 않고 법과 인간에 대해 치유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A씨는 보석과 동시에 고양시 소재 치매전문병원으로 주거가 제한돼 치료받게 된다. 보증금은 없고, 공판기일 출석 외에는 일체의 외출이 금지된다.
재판부는 병원에 매주 1회 조사 결과를 법원에 보내도록 했고, A씨 자녀에게도 '보석 조건 준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구치소 수감 중 면회 온 딸에게 왜 사망한 아내와 동행하지 않았냐고 묻는 등 치매 증상을 보였다"며 "이에 피고인을 치료하는 것이 재판의 신속한 진행보다 앞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중순 이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검사, 변호인, 담당의사 등이 참여한 '보석조건 준수 점검회의'를 열고 이씨의 치료 상황, 치료 효과, 보석조건 준수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 회의를 토대로 재판일정, 양형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결론을 신속히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피고인이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는지와 그 경과를 살펴 향후 재판 일정과 양형심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치료적 사법은 법원이 치유자로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론에 따른 것"이라며 "현행 형사소송법 상 활용할 수 있는 보석결정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아내 조모씨(당시 65세)에게 핀잔을 들은 뒤 아내를 수차례 때리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수사기관 조사 당시 "아내가 자신을 등한시하고,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