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살인자'. 악성 댓글은 언젠가부터 이런 수식어를 갖게 됐고, 공격성이 점점 커지면서 갈수록 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다. 미처 피어나지도 못한 또 한명의 청춘이 악플의 공격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5세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인 설리.
설리는 공개연애를 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브라 사진과 몸매 노출 영상 등을 거침없이 올리는 연예인이었다. 노브라나 노출은 개인의 취향이자 자유다. 각자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은 그의 당당한 '노브라 선언'에 대리만족을 얻었고, 사회적 편견에 대항하는 그의 분투를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극도로 불편해하는 이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면서 설리는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공인은 그러면 안된다'는 프레임으로 집요하게 공격했고, 수위를 넘은 인신공격성 욕설과 비난은 비수가 돼 20대 아이돌의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악플의 고통을 호소하며 한때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던 그는 다시 용기를 내 돌아왔고 한 방송사의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 노브라 사진을 올리고 말들이 많았다. 이때 무서워하고 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 했다. 악플을 객관화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로워지고 대범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의 영혼은 더 버틸 수 없을 만큼 황폐화 된 상태였던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도덕적 기준에 맞지않는다고 해서 한 여성의 삶에 집단적으로 저주를 퍼부어도 된다는 인식. 이게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악플이 더 과감해지고, 더 잔인해지는 것은 익명성이라는 방패때문이다. 방패 뒤에 숨어 악마적 속성을 배설하고 있는 것이다. 악플 때문에 설리가 숨졌는데도 악플러들은 설리의 과거 남자친구 SNS에 가서 악플을 다는 등 공격의 방향을 틀고 있다.
악플러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없이는 악플이 악플은 낳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 밖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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