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한테 맞는 고등학생, 학생한테 매 맞는 교사, 자식에게 학대당하는 부모, 대령에게 공격당한 장관, 과거엔, 대통령에 맞선 검사까지….
계급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 윗사람을 꺾고 오른다는 뜻의 하극상은 개인 간 문제를 넘어 시대를,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에 쉽고 단순하게 치부할 단어는 아닙니다. 적어도 역사에서는 말이지요.
지금, 이 순간도 역사에 기록될 두 하극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수사를 요구한 걸 계기로 대통령 탄핵 청문회가 열린 지난 29일. 육군 중령 알렉산더 빈드먼은 의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백악관의 지시를 어기고 이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두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은 사람으로서, 백악관이 공개한 녹취록에, 빠진 부분이 있다며 폭로한 거죠. 군인으로서 정쟁에 휘말릴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나라를 위해 기꺼이 하극상을 택한 겁니다.
또 한 사례는 이렇습니다.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과 독립기념관장 사퇴 압박 의혹 등 전 국가보훈처장 재임 당시 일었던 의혹에 대해 국회 출석 요구를 받고도 두 차례나 불참한 국가보훈처 모 부이사관 얘기죠.
이전 처장 시절, 적폐 청산에 앞장서 초고속 승진을 했던 그였는데 말입니다. 그는 현직 처장의 권유와 차장의 설득에도 이를 무시한 채 연락조차 끊어버렸습니다. 공무원처럼 위계질서가 명확한 조직이 없는 데다, 공무원법으로도 그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시엔 징계를 받을 수 있는데도 말이지요. 그는 무엇을 위해 하극상을 행하는 걸까요.
'정치와 상관없이 나라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게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빈드먼 중령의 말입니다. 하극상의 시대, 두 사례는 진실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