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침해당한 세입자도 배상" 첫 판결

【 앵커멘트 】
인근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일조권'을 침해당한 경우 세입자도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정신적 부문에 대해서만 일부 인정했는데, 재산상 피해에 대해서도 배상받을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경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낡은 주택과 소규모 공장들이 섞인 서울 성동구의 한 준공업 지역입니다.

이 곳 주민들은 최고 29층짜리 아파트 5개 동이 근처에 들어서면서 여러 불편을 겪게 됐습니다.

특히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일조권이 문제였습니다.

일부 주택은 하루 147분이던 일조량이 8분으로 줄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건물 주인 6명은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일조권 침해로 인한 재산상 피해가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요구한 손해배상액 전부를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산정액 가운데 90%는 건물주의 몫이지만, 나머지 10%는 주택에 살고 있는 가구수대로 나눠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들도 일조권이 침해될 경우 일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 인터뷰 : 홍준호 /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
- "기존의 판결과는 달리 소유자가 아닌 건물의 실제 거주자들에게 일조권 침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한 첫 번째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또, 이번 판결을 통해 일조권 침해 여부와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고층 건물이 대거 들어서면서 일조권 침해에 따른 분쟁이 늘고 있는 요즘,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