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국 최초로 출산 정책 전담팀을 꾸린 전남 해남군 얘기입니다. 2012년 이후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엔 1.89명으로, 전국 평균 0.98명의 무려 두 배를 기록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출산율이 오르기 시작한 2012년부터 전체 인구는 매년 1,000명 이상씩 줄고 있거든요. 왜일까요.
'그저 낳기만 해라.' 수년 전부터 전국 지자체들이 하나같이 추진해온 인구 정책, '돈 줄 테니 아이를 낳아라' 때문입니다. 출산장려금을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까지 올리며, 일단 와서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된다는 식인 건데, 그래서 젊은이들이 일단 아이를 낳으러 가긴 하지만, 낳고는 살기가 힘드니 다시 도시로 나와 버리는 겁니다. 2012년 해남군에 거주하는 0세 유아는 810명, 6년이 지난 지난해 말, 만 6세 어린이는 469명뿐이니 절반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 거죠.
문제는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란 겁니다. 지난 5년간 전남지역 22개 시군에서만 출산장려금을 받고 떠난 이가 1,600명. 이들이 받은 금액은 730억 원이 넘죠. 성급한 출산 지원책 때문에 아이도 잃고 돈도 잃은 겁니다.
수십 년에 걸쳐 출산 정책을 다듬어온 스웨덴 스톡홀름은 임산부에 대한 무상 의료와 가족 수당 인상은 기본, 여성이 임신하거나 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정하는가 하면, 정부 주도로, 남편들이 가사일과 육아를 공동으로 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추진해, 법적, 사회적으로 아이는 남녀가 똑같이 키운단 인식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스웨덴은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1.9명의 출생률을 보이고 있지요.
'일자리, 집, 양육이 부담스러워 결혼 안 한다.' 저출산의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젠 출산 정책도, 단지 돈으로만 유인하는, 그저 아이를 낳기만 해라가 아닌,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잘 키우자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는 낳기만 한다고 저절로 크지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