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경찰청이 업무 중 알아낸 민원인의 개인정보로 '마음에 든다'며 사적인 연락을 한 경찰관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해당 경찰관이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니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인데, 경찰의 이번 판단을 두고 여성계 등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전북경찰청은 민원인의 개인정보로 연락한 A 순경에 대해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A 순경은 피의자로 정식 입건되지 않아 지금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전북경찰청은 판단의 근거로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법률 유권해석 결과를 들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경찰의 법률 유권해석 의뢰에 대해 "경찰서 민원실 소속 A 순경은 정보 처리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합니다.
여기서 개인은 정보를 처리하는 주체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아닌, 법인의 사업자 등이 해당한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설명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A 순경은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니라 '취급자' 정도로 봐야 한다며, 처리자에 대한 처벌을 명시한 관련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전북경찰청에 전달했습니다.
A 순경은 지난 7월 국제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해 전북의 한 경찰서를 찾은 여성 민원인의 개인정보로 사적인 연락을 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그는 "아까 면허증을 발급해 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마음에 들어서 연락하고 싶은데 괜찮겠냐"는 내용의 SNS 메시지를 민원인에게 연달아 보냈습니다.
이를 알게 된 민원인의 남자친구는 국민신문고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경찰은 마음에 드는 민원인이 있으면 이렇게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적으로 연락하는지 의심된다"며 해당 경찰관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었습니다.
전북경찰청은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A 순경에 대한 내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감사 부서에 징계 등 신분상 처분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자체적인 내사 종결에 따른 시비를 없애기 위해 공신력 있는 타 기관에 법률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며 "조만간 해당 경찰서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A순경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의 내사 종결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토킹에 면죄부를 준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 민원인은 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경찰이라는 신뢰할 만한 기관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믿고 맡긴 것인데, 해당 경찰관은 이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이를 법적 근거가 없다며 처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민원인이 경찰에게 개인정보를 믿고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경찰에서 발생하는 잇따른 비위와 성범죄가 지속한다면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추락할 것"이라며 "체계적인 교육과 강력한 처벌을 통해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신민경 전북여성단체연합 대표도 "여성 민원인에게 스토킹과 같은 행위를 한 이번 사건은 경찰의 '성 인지 감수성'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근거가 없어 처벌이 어렵다고 말할 게 아니라,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