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형 변리사] |
인간의 세포는 1초에 약 50만개씩 탄생과 죽음을 반복한다. 따라서 인체 조직과 기관에 있어서 세포 자체 보다는 세포 간 원활한 물질전달이 인체 기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신경세포 말단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전달 과정을 살펴보면, 소포(vesicles)라고 하는 세포 내의 작은 주머니에 담겨 신경전달물질이 세포막으로 이동하고 단백질의 매개로 세포막과 소포의 세포막이 융합해 소포 내의 신경전달물질이 외부로 분출된다. 이를 토세포현상(exocytosis)이라고 한다.
토세포현상을 통해 한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물질이 전달돼 신경세포의 총합적 기능을 완성한다.
토세포 현상은 세포내의 칼슘 이온의 적정 농도와 같이 내부 환경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겠지만, 세포간 연결성이 세포의 내부 환경에 좌우되는 것이다.
전문가는 특정분야에서 대체가 어려울 정도의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에 전문가가 많다는 것은 각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선진국일수록 전문가 사회이다.
세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도 상호간의 연결을 통해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애들러(Paul S. Adler) Adler, P.S., et al.(1992) "Srategic Management of Technical Functions", Sloan Management Review, Winter 1992에 따르면, 특허조직의 4단계 발전과정을 소개하면서 4단계 특허조직은 특허와 R&D, 비즈니스 전략을 연계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존재한다고 한다. 랜슬레이(Derek L, Ransley) Ransley, D.L. and Graffiney, R.C.(1998), "Upgrading your patenting process", Research Technology Management, May/Jun, Vol. 40, No 3, Washington D.C : Industrial Research Institute)는 이를 특허조정자(Patenting intermediaries) 즉 인터미디어리라고 명명한다. 조직의 최고 단계는 구성원 간의 원활한 상호 연결성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인터미디어리임을 알 수 있다.
전문가의 우수한 능력을 이어주는 인터미디어리, 인적자원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그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전문성이라는 것은 한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최고의 발전단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상호 연결돼 총합적 성과가 발휘돼야만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터미디어리이다.
적정 환경하에서 토세포현상을 통해 세포간의 연결이 일어나듯이, 인터미디어리 역시 외적 중재보다는 한 개인의 발전 즉, 내적 요인을 촉발하는 매개역할이어야 한다.
즉, 인터미디어리는 전문가 활동 여건이 적정 수준에 이르게해, 전문가가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만들어 내도록 돕는 것으로 역할을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급함을 버리지 않으면 진정한 인터미디어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선진사회는 한 개인이 스스로 성숙하도록 그 환경을 제공하는 기다림의 철학이 지배하는 사회일 것이다.
우리는 연구와 특허를 연계해 지속 가능한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룩하려 노력한다.
연구와 특허가 따로 놀아서는 기술이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계과정은 연구자와 변리사가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먼저다.
충분히 고민하고 몰두해 일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된다면, 전문가는 스스로 토세포를 만들어 외부와 융합할 것이다.
전문가 스스로가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이 인터미디어리의 역할이다. 전문가를 존중하고 그들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인터미디어리의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안타깝게도 전문가를 규제와 독점이라는 앵글로 바라본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전문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성보다는 파워가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변호사는 변리사 자격을 무시험으로 취득한다. 변리사의 전문영역을 독점이라 규정하면서도 자신들의 특권은 정당하다고 한다. 파워게임으로 인해 전문가가 희생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변리사는 기술을 산업경쟁력으로 만들어내는 산업계의 병사다. 변호사와는 전혀 다른 영역의 전문가이다.
기술자립을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변리사를 보호하고 지키려는 목소리는 없다. 고연봉이라는 오보로만 조명되고 있을 뿐이다.
변리사의 역할은 1961년 낡은 법에 묶여 있다. 변리업무에서 명의만 변리사로 하고 상담이나 문서작성 등의 정작 중요한 변리업무는 아무나 해도 처벌되지 않는 다는 잘못된 관행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를 바로잡고 전문가를 제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올해 초에 가까스로 발의되었으나,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전문가가 제 역량을 발휘하기도 이렇게 어려운 현실인데, 하물며 연구와 특허를 연결해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한 인터미디어리의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얘기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비전문성을 부추기는 정부다. 변리사의 서비스가 정부산하기관의 사업으로 무상 지원되고 있고, 이를 '전문기관'이나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비전문가가 수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변리사의 전문영역임에도 정부가 시
정부야 말로 인터미디어리다. 전문가가 활약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이것이 조정자로서의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일이다.
[이원형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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