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가스분사기 유통…인터넷에 버젓이 거래

최근 호신용품으로 주목받는 페퍼스프레이 등 가스분사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인터넷 중고거래 등을 통해 사고팔다가 경찰로부터 처벌을 받는 사례가 발생했다. 인터넷 거래가 가능한 호신용품을 규정하는 법령이 지나치게 어려운터라 일반인뿐 아니라 법집행기관도 혼선을 빚고 있다.
부모님께 호신용으로 선물하기 위해 가스분사기를 중고거래사이트에서 구매한 A씨(33)는 지난 8일 재판매 글을 올렸다가 이틀 뒤인 10일 경찰로부터 출석통보를 받았다. 인터넷에서 가스분사기를 거래한 혐의(총포·화약·도검류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였다. A씨는 "불법인지 전혀 몰랐고 구매를 하자마자 글이 사라지기에 의심스러워 다시 판매하려 했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행법상 가스분사기의 인터넷 거래만이 금지될 뿐, 액체분사식 등 타 호신용품은 인터넷 거래가 가능하다. 총포화약법에서는 가스분사기를 '최루 또는 질식 등의 작용제를 압축가스의 힘으로 분사하는 기기'로 규정해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2016년 1월부로 적용됐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총포화약법 위반으로 기소 송치된 사건이 급증한 사실이 확인됐다. 규정이 생기기 전 3년간은 1375건에 머물렀지만 이후 3년간은 2303건이 된 것이다.
문제는 해당 규정이 제품의 기술적 특성에 관한 것이라 인터넷으로 거래를 하려하는 일반 시민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심지어 경찰 내부에서도 말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판매라도 가스분사기 양도양수 신고가 지방경찰청장에게 제대로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일선 경찰서 경제팀 관계자는 "소지는 괜찮으나 판매는 불법"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각 호신용품이 인터넷 거래가 불가능한지 여부는 총포화약안전기술처에서 검수해 경찰서로 전달한다"며 "허가 목록이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에서 가스분사기 인터넷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29일 현재 인터넷 거래가 불가능한 제품의 판매글이 6건 올라와있는 등 일주일에 한번 꼴로 판매글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심지어 경비업으로 허가받아 경찰서에 영치했던 총모양 가스분사기를 팔겠다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반 시민들에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실 일반인 뿐 아니라 경찰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인터넷 거래가 불가능한 가스분사기 목록을 일반에 공개하면 일반인이 판단하기에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윤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