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김지은 씨가 대학 학술회의에서 안 전 지사 사건을 "권력형 성폭력이자 여성의 노동권 문제로 해석하자"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20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노동 젠더 세대, 매체·권력·운동으로 보는 반세기의 요동'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 발표문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씨는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아 발표문을 공동 작성한 여성주의 인권활동가 권김현영 씨가 대신 전했습니다.
저자들은 지난해 한국 사회를 달군 미투운동에 대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이 권력형 성폭력으로 인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평하며, 권력이 작용한 폭력에 민감하지만 유독 성문제에는 둔감한 한국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권력의 남용이 곧 폭력이란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독 성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둘 사이의 합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권김 씨는"가해자의 잘못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문제라고 주장하거나, 성인 간에 일어난 사생활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격에 대한 기본권과 관련한 문제"라며, "위력과 피감독이라는 법률 용어는 명백하게 노동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증거"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저자들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불륜' 등 사생활 문제로 보는 건 진보·노동운동 진영도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권김 씨는 "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묻는 것은 '왜 바로 그만두지 않았는지'였다"며, "평소 노동권과 인간의 기본권에 대해 꽤나 투철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조차 이런 질문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저자는 긴 시간을 할애해 '왜 바로 그만두지 않았는지'라는 말에 답했습니다. 김 씨가 거물급 정치인을 수행하며 일반적인 직장상사가 요구하는 것 이상의 충성과 헌신을 요구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발표문에 "보고 들은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되며, 'NO'를 말할 수 없는 존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그 순간부터 들었다"고 적었습니다.
또 "명시적 동의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정도로 거부의사를 전달한 이유는 상대방이 거부라는 선택지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난해 3월 김 씨는 안 전 지사 수행비서로 일하는 동안 수 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해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했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지위를 이용해 김 씨를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올해 9월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