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자신을 공익근무요원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업무 사진. 글쓴이는 원 글을 작성한 공무원이 자신에게 마스크 3만 5000장 정리를 시켰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
논란은 지난 19일 자신을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글쓴이가 한 온라인 게시판에 '공익근무요원 때문에 힘들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글쓴이는 "공익근무요원이 매일같이 근무를 기피하는데 물건을 봉투에 배분해 담아달라고 부탁했더니 역시나 표정이 굳더라"라며 "(일을) 하고 나서는 물건을 잘못 배분해서 오류 난 것은 나보고 책임지라고 전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한마디 했고 팀장님이 저를 불러서 따로 좋게 말씀하셨는데, 그걸 공익근무요원이 듣고 '하대한다'며 신문고에 올리고 민원을 넣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운 날 다른 군인들은 동원 훈련에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는데 자기는 따뜻하게 앉아서 근무 기피하는 것을 보니 열이 더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글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자, 23일 글에 등장하는 공익근무요원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공익요원은 "구청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마스크 3만 5000장이 왔는데 (공무원이) 나보고 이걸 30장씩 분류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2주 동안 온종일 혼자 했다"며 "마스크 30장씩 묶은 것을 상자에 넣으라길래 다 넣고 마무리했는데 일주일 후 갑자기 다시 마스크 묶은 것을 꺼내 봉투에 넣으라고 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혼자 3만 5000장을 하는 거라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고, 나는 이 업무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고 했더니 (해당) 공무원이 화가 나서 숙직실에서 주의를 주고는 옆에 있는 탕비실에서 다른 공무원에게 큰 소리로 내 뒷담화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작업한 것이라며 많은 박스가 쌓여 있는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이후 공익요원은 이 공무원이 자신에게 "일부러 큰 소리로 욕한 거다", "듣고 느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욕한 거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3만 5000장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묻자 공무원이 "왜 도와달라고 안 했느냐"고 답했지만 정작 도와달라고 요청했을 당시에는 "열심히 하라"며 그냥 갔다고 토로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사건이 벌어진 동사무소와 해당 공무원을 찾기 시작했다. 국민신문고와 구청 등에도 해당 공무원을 징계하라는 민원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공무원 초년생인데 벌써부터 갑질하려고 하는 거냐", "공익(요원)들 당연히 부려먹어야 하는 존재로 취급하고 일 시키는 것 좀 고쳤으면 좋겠다"며 공무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글을 썼던 공무원은 원 글을 삭제하고 "경솔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되리라 미리 생각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며 "해당 공익근무요원과는 어느 정도 대화가 잘 마무리됐다. 전적으로 제 행동에 문제가 있었고, 대화를 통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잘못된 인식 또한 알게 됐다. 섣부른 생각과 행동을 고쳐 나가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후 자필로 또다시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공무원은 서기보 시보 신분으로 수도권의 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측은 임용된 지는 1~2달가량 됐지만, 정식 발령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의원에게 직접 탄원을 제기한 한 누리꾼은 시의원이 "공무원이 3개월 차 시보임이라 따로 징계를 내릴 수는 없지만 발령은 취소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몇 년 준비해서 (공무원) 된 걸 텐데 참… 논란이 좀 과열된 것 같기도 하다"며 "수습 기간인데 조심하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확한 징계 및 감사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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