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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에서 만 7세 아들을 키우는 김 모씨(38)는 아들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학부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씨의 아들은 처음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다가 김씨가 괜찮다고 달래며 계속 물어보니 폭행당한 날짜와 시간, 폭행 방식까지 자세하게 얘기했다. 김씨는 어린이집으로 달려가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선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해당 어린이집 교사 A씨가 율동 연습을 하던 김씨의 아들 옷을 잡아채 앞에 세우더니 주먹으로 가슴과 배 쪽을 수차례 가격한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고가 어김없이 발생했다. 16일 여수경찰서는 A씨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돼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됐고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며 "피해자 부모의 진술서까지 받았고, 피의자 소환 조사 일정은 현재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과 해당 어린이집 원장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재롱잔치에서 보일 춤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아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폭행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8일 A씨는 다른 아이의 머리를 주먹으로 수차례 내리친 혐의도 받는다. 대형을 맞추지 않는 다른 학생들의 머리도 부채로 가격했다. A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식사를 늦게 하자 복도로 내보내 식사를 계속하게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A씨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는 "학부모 상대 공청회도 하고 아이들에 대한 심리상담도 신청하는 등 절차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전남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도 해당 어린이집을 방문해 피해 아동과 부모 면담을 진행했다. 센터 관계자는 A씨도 면담한 후 영상을 확인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에 의한 아동학대는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보육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4년 295건에서 2018년 818건으로 5년새 2.8배 증가했다.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도 2014년 177건에서 2018년 313건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동학대를 신고할 경우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고 원장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릴까봐 두려워 신고를 꺼린다. CCTV 증거 자료 확보도 쉽지 않다. 피해 아동 부모들이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 어린이집 측이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맞고소를 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도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만 5세 아이를 키우는 B씨(41)는 3년째 어린이집과 소송 중이다. 지난 2017년 어린이집에서 한 교사가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손으로 주워 아이에게 먹이는 등 학대 정황이 CCTV를 발견한 후 이 일을 인터넷에 올리며 문제를 제기하자 어린이집이 강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B씨는 "인터넷에 글을 올렸더니 '글을 내려라'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며 "아동 심리 전문가들도 학대가 맞다고 진단해줬는데 왜 내가 역으로 고소에 시달려야 하는지 억울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CCTV 사각지대 폭행도 문제다. 지난해 말 경기도에선 다수의 원아들 몸에 상해 흔적이 있어 학부모들이 단체로 반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내 CCTV에 학대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경찰에서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고, 결국 학부모들은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아동학대 신고 부모와 아이를 따돌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맘카페 등에서는 '어린이집 이미지가 나빠지면 다른 부모들이 가만 있을 않을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각 지방자치단체 아래에 아동학대 사건을 종합하고 중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형사고소 전 합의와 사후관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윤균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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