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 이상 간부가 아닌 경찰관이 압수한 아동학대 영상은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11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2018년 3월 인천시 부평구 한 어린이집의 학부모는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가 "보육교사 55살 A 씨가 아이를 폭행했다"며 상담을 했습니다.
다음 날 경사 계급의 경찰관 2명이 해당 어린이집으로 출동했고, 원장에게 어린이집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자고 했습니다.
CCTV 영상에는 A 씨가 2살짜리 원생의 이마에 손을 대는 장면이 담겼지만, 아동학대인지 판단하기에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경찰관들은 어린이집 원장의 동의를 받아 미리 준비해간 이동식 저장매체(USB)에 영상을 복사하려 했으나 오류로 저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어린이집 부원장의 연락을 받은 경사 계급의 경찰관은 어린이집을 재차 방문해 CCTV 본체를 경찰서로 가져왔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어린이집 측이 임의제출하는 형태로 아동학대 범행의 증거 영상을 압수했습니다.
경찰 수사 끝에 검찰로 송치된 A 씨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 측 공소장에는 A 씨가 2018년 1월 29일 오후 3시 36분쯤 어린이집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며 2살짜리 원생의 이마를 때렸고, 같은 날 오후 4시쯤 손으로 해당 원생의 가슴을 한 차례 또 때렸다고 적혔습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2차례 행위 모두 신체 학대로 인정해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A 씨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CCTV는 권한이 없는 경찰관에 의해 압수가 이뤄졌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3부(장성학 부장판사)는 A 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2차례 공소 사실 중 첫 번째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하고, 두 번째 범행만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와 사법경찰관으로 한정했다"며 "이 사건 CCTV의 경우 사법경찰리인 경사에 의해 압수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사법경찰관이 개입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통상 간부인 경위·경감·경정·총경·경무관 계급을, '사법경찰리'는 경위 바로 아래 계급인 경사를 포함해 경장과 순경 등을 지칭하는 사법 용어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밀쳤다는 목격자의 증언은 명확하다"며 "가슴을 때린 행위는 정당한 보육이나 훈육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