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 빈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 [사진 = 연합뉴스] |
이 참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월 개학을 9월 개학으로 변경하자는 주장이다. 미국·중국·유럽을 비롯한 세계 70%이상 국가에서 새 학기는 9월에 시작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에서는 한국·호주·일본만 예외다. 호주는 2월, 한국은 3월, 일본은 4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나머지는 모두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한국 학생이 미국·중국·유럽으로 유학갈 때에도 불편하고 외국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올 때에도 불편하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에서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외국으로 나가야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들도 불편하다. 예를들어 4학년1학기 수업을 마치고 그해 가을 외국으로 나간 학생은 4학년1학기 수업을 다시 듣거나 아니면 5학년1학기로 한학기를 건너뛰어야 한다.
초·중·고 개학이 유례없이 늦어지고 있는 사이 '9월 신학기제' 주장이 커진 것은 '온라인 수업'이 미덥지 못한 탓도 있다. 일단 고등학교 교사 90%가 '온라인 개학'에 부정적이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교육효과도 의심스러운데다 '사각지대'도 적지 않다. '2019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를 보면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PC 등 컴퓨터를 보유한 가구가 전체의 72%로 조사됐다. 10가구중에서 3가구에는 컴퓨터가 없다는 뜻이다. 또 집에 컴퓨터가 1대 있는데 학생은 2명 또는 3명이라면 컴퓨터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9월 신학기제' 주장은 느닷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1997년, 2007년, 2015년에는 정부는 9월 학기제 전환여부를 검토했다. 다만 그때 연구결과로는 학사·대입·국가고시 등 여러가지 일정을 한꺼번에 바꿔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015년 보고서에서 9월 신학기제를 전면 도입할때 사회적 비용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은 7세 가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한국은 8세 봄에 입학한다. 지금 개학시기를 가을로 늦추면 한국 학생이 미국보다 1년 늦게 교육을 시작하는 지체현상도 생긴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초등학교 입학 인원을 크게 늘려 입학연령을 단계적으로 낮춰가야 한다. 이처럼 초등학교 입학인원을 늘리는데에도 교사충원, 학교시설 마련 등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저런 반대이유가 있지만 범정부 테스크포스팀(TF)을 신속 가동해본다면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기회가 오히려 비상시국이기에 보일 수도 있다. 우리에겐 이미 경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1895년 갑오개혁 당시 교육법령에 따라 맨처음 설정된 새 학년은 7월부터였다. 그후 일제시대에 일본식으로 4월로 바뀌었고 1946년 미군정 시기에는 미국식으로 9월로 바꾼 경험이 있다. 그러다가 1949년 다시 4월로 환원됐고 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9월 학기제 시행 문제를 개학 시기와 관련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동안 연구된 자료와 과거 경험을 신속하게 재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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