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모르고 교통사고 뒤 약물치료 받았는데…

【 앵커멘트 】
교통사고 때문에 방사선이나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나중에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결국, 낙태 수술까지 받게 됐다면 사고를 낸 차량의 보험사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유상욱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07년 말 음주운전 차량에 뺑소니 사고를 당한 이 모 씨.

허리와 팔꿈치 등을 다친 이 씨는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여러 차례 방사선 사진을 찍고 약물치료를 받았습니다.

퇴원하면서 1백20만 원을 합의금으로 받은 이 씨는 보름 뒤쯤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기형아가 나올 것을 우려한 이 씨는 고민 끝에 남편과 상의해 아이를 지웠습니다.

▶ 스탠딩 : 유상욱 / 기자
-"교통사고 때문에 낙태하게 됐다고 생각한 이 씨는 보험사에 위자료를 청구했지만 이미 합의를 봤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이 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판사는 보험사가 이 씨 부부에게 모두 1천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교통사고와 관련해 합의한 뒤에는 추가 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합의 당시 앞으로 손해 발생을 예상할 수 없었다면 예외로 인정된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심창수 / 변호사
-"후발 손해를 예상했더라면 애초 조건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추가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입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특히 피해자를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MBN뉴스 유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