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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학폭 "삶에 환멸"…글 삭제해도 명예훼손 못 피해

기사입력 2021-02-23 18:13 l 최종수정 2021-03-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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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계에서 시작한 '학교폭력' 고발이 연예계로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연예인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다는 수준의 고발이었다면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이제는 길고 구체적인 글을 써서 직접 가해자를 저격하는 형식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공개적으로 고발당한 후 과거 학교 폭력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긍적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발이 점점 확산하면서 글쓴이와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 간에 지난한 공방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우 조병규(25)의 학교폭력 폭로글은 하루 만에 허위로 판명났습니다. 이 글은 조 씨가 뉴질랜드 유학 시절 학교 동창에게 언어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병규 측은 다음 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글 작성자가 "허위글이었고, 잘못을 후회하니 선처해달라"며 연락을 했다며 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병규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진실공방을 벌이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조병규는 오늘(23일)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선처를 해주기로 했지만, 그 이후 악의적인 글들이 올라오며 글의 내용과 상관없는 사진과 말 몇마디면 진실인 것처럼 돼버리는 상황에 당황했고,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사실과 다른 주장과 반박들로 인해 26년 간 살아왔던 삶에 회의와 환멸을 느꼈다"고 토로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글은 삭제됐지만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습니다. 법리적으로도 게시글을 삭제한다고 해도 여전히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법무법인 오페스의 송혜미 변호사는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잠깐만 올렸다가 지워도 명예훼손 사실이 인정된다"며 "곧바로 지우면 선처가 될 수는 있지만 곧바로 글을 삭제한다고 해서 유무죄가 갈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시글을 캡쳐한 사진 등의 형태로 원글이 어딘가에 보존돼있을 수 있고,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피해자가 이를 제시하면 명예훼손을 입증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글쓴이가 익명의 대상을 상정해 폭로를 했는데 뜻하지 않은 대상이 가해자로 몰려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경우에 따라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배우 박혜수의 경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자 연예인 학폭' 고발 글의 대상자로 몰려 홍역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글 작성자 A 씨는 어제(22일) '여자 연예인에게 학폭당한 글 올린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에게 학교 폭력을 자행한 연예인은 박혜수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A씨는 게시물이 확산한 후 진짜 가해자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몇백 개의 댓글을 다 읽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박혜수가 거론됐을 때 아니라고 말하지 못 했다"며 "당시에는 박혜수라는 연예인을 몰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일 처음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이후 이틀 동안 배우 박혜수가 입은 피해를 고려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법무법인YK 김범한 변호사는 "(고발성 글이) 특정인으로 지목이 돼 피해를 입었다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나는 그 사람을 말한 게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네티즌들이 특정인을 지목하는 상황을 야기한 것은 본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만약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실제로 누구를 지목한 것인지 특정하지 못한다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지어냈다면 명예훼손

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유명인이기에 더 높은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허위 폭로를 경계해야 진짜 피해자들의 고발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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