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이틀 동안 진화작업이 진행될 정도로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을 촉구했는데요.
이들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먼저 화재를 발견한 단기 사원이 있었지만 휴대전화가 없어서 신고를 못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쿠팡은 안전과 보안 등을 이유로 직원들이 물류센터 입·퇴장때 '휴대전화 반납·회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렇게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행위가 인권 침해적인 발상이며 노동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지침이라고도 지적합니다.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회사의 조치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팩트체크했습니다.
휴대전화 반납·회수 안 하는 다른 업체들
우선 쿠팡 측은 휴대전화 반납·회수 조치가 안전상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센터 안에선 입고된 물건들을 나르는 지게차가 지나다니는 등 위험한 상황들이 있는데 실제 휴대전화를 보다가 사고난 산 사례도 많다"며 "근로자들도 위험성을 인지하고 회사의 안전조치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물류센터들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살펴봤습니다.
SSG와 마켓컬리 등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두곳 모두 휴대전화를 반납·회수하는 조치는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SSG는 휴대전화에 대한 제한 조치가 아예 없었고, 마켓컬리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강제가 아닌 권고만 하고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냉동고 등이 많은데서 일을 하는데 휴대전화 때문에 장갑을 벗고 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안전을 위해 기업별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인격권 침해" VS "합법적 근로 계약"
이런 조치가 법적 위반 사유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우선 비슷한 판례를 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10월 '고등학교 휴대전화 소지 및 제한'과 관련해 기본권 침해라는 요지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인권위는 "일과시간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고, 적발된 경우 이를 압수하는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헌법 제18조의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해당 판례와 이번 사례를 그대로 연결지을 수는 없지만,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법무법인 한중 김보라 변호사는 "휴대전화 제출을 강제한다면 법적으로 문제될만한 소지가 있는 만큼, 큰 틀에서는 인격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조성혜 교수도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돼 있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긴박한 상황이나 위험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휴대전화를 가져간다면 사생활 침해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법률사무소 낮은마음 박수현 변호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휴대전화 제출에 동의를 했다면 제출 자체를 갖고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필요에 의해 반납을 요청했을 때에도 돌려주지 않거나 예외 없는 포괄적인 동의를 받았을 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사기관도 처벌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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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회사에 대한 법적 문제 여부는 현 시점에선 가늠할 수 없는 만큼, '판단유보'로 보여집니다.
[ 이진실 인턴 기자 / leejinsil9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