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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M] 코로나발 혈액난 속에서 빛난 '조혈모 기증', 그러나...

민경영 기자l기사입력 2021-07-26 11:25 l 최종수정 2021-07-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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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혈액난 속에서도 최고치 기록한 '조혈모세포 기증'
하지만 기증 신청자 급감..."코로나로 관련 캠페인 어려워"
"조혈모세포 기증자에 대한 적절한 혜택 필요" 지적도

여주소방서 김재윤 소방교
↑ 여주소방서 김재윤 소방교

“조혈모세포를 기증하실 때 소방관으로서의 사명감 같은 것이 영향을 끼쳤나요?”

기자의 질문에 소방관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답을 했습니다.

“아니요. 사람으로서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소방관이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문현답이었습니다. 김 소방교의 말대로,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직업이나 사명감이 무슨 상관일까요. 바보 같은 질문을 한 스스로가 민망해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경기도 여주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재윤 소방교가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을 한 건 지난 2016년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꾸준하게 헌혈을 해오던 도중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해 소개받고, 기증 희망자로 등록한 건데요. 5년 만에 연락을 받다 보니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했던 소소한(?)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조혈모세포 이식 시술을 하고 있는 김재윤 소방교
↑ 조혈모세포 이식 시술을 하고 있는 김재윤 소방교

조혈모세포 촉진 주사를 맞고 입원한 뒤에는 주사의 부작용인 몸살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지만, 이식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김 소방교에게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 역시 다행히 건강을 회복 중이라고 하네요.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헌혈 역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전국의 헌혈 실적은 약 261만 건이었는데요. 2019년 대비 18만 건이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헌혈 가능) 인구 대비 헌혈률은 6.6%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채혈 바늘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감염될까 우려한 시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물론 헌혈기구는 매번 소독되기 때문에 헌혈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는 전혀 없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국내 혈액 보유량은 3.9일분으로 적정량인 5일분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혈액수급위기 단계 기준으로 보자면 ‘관심’단계인데요. 지난 5월과 6월에는 지난해보다도 헌혈 실적이 낮아 코로나19발 혈액난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헌혈과 함께 집계되는 조혈모세포 기증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조혈모세포는 흔히 말하는 골수와 비슷한 용어인데요.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 같은 혈액 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입니다.


주로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환자들에게 주로 기증되는데요. 물론 아무 조혈모세포나 기증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특정 유전 형질이 일치해야만 가능합니다. 이 확률이 혈연 간에는 5%~25% 정도지만, 비혈연 간에는 0.005%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등 관계 당국은 미리 기증 희망자를 모집해 등록해 놓고, 유전자가 일치하는 환자가 나오면 추후에 연락을 해 기증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죠.


이 조혈모세포 기증이 지난해 총 631건을 기록했습니다. 조혈모세포이식 건수를 집계한 지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600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최대치였는데요. 631명의 기증자로부터 632명의 환자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부분도 눈에 띕니다. 조혈모 기증을 신청한 사람, 그러니까 기증 희망자 수가 엄청나게 급감한 겁니다.

2020년 기준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자는 총 14,197명이었는데요. 이는 2019년에 비하면 4천 명 넘게 줄어든 수치입니다. 반대로 이식 대기자,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아야 하는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5030명이었는데요. 이식 대기자 1명 당 기증 신청자는 약 2.8명 2013년(7.7명)에 비하면 약 1/3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기증이 가능할 확률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0.005%인 것을 고려하면 위험한 수치라고 할 수 있죠.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 역시 헌혈 과정에서 이뤄지는데, 헌혈 자체가 코로나19로 줄어들다보니까 신청 건수 역시 대폭 감소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매년 약 500명의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자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만약 조혈모세포 신청 건수가 계속 줄어든다면, 코로나19발 ‘혈액 대란’에 이어 ‘조혈모세포 대란’도 발생할지 모릅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연합회 장진호 팀장은 “조혈모세포 기증은 군부대나 기업, 종교단체, 학교 등을 방문해 캠페인 형식으로 이뤄진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이런 시설 방문이 차단돼 모집에도 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조혈모세포 기증자들에 대한 대우입니다. 물론 조혈모세포 기증자들은 '생명을 구한다'는 대가 없는 희생정신으로 기증에 임했지만, 그럼에도 좀 너무하다는 소리가 나오는데요. 표창장 같은 큰 건 고사하더라도, 헌혈자들에게 부여되는 봉사시간 같은 소소한 혜택도 없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조혈모세포 기증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신청자가 크게 줄은 만큼 기증 신청을 유도할 적절한 혜택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세한 데이터는 KDX한국데이터거래소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민경영 데이터 전문기자 busines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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