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한국에 가서 마사지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국내에 들어왔던 이주여성들이 성매매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상황인데요.
마침 오늘(30일)이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인데, 김보미 기자가 그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018년 태국 여성 A 씨는 '마사지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광고에 속아 한국행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A 씨에게 맡겨진 일은 마사지가 아닌 성매매였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성매매 피해 이주여성
- "업소에 가서야 동료 태국 여성한테 여기는 건전마사지 말고도 성매매도 하고 유사성행위도 해야된다고 들었어요."
손님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는데, 입국할 때 브로커에게 빌린 돈에 발목이 잡혀 성매매를 관두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성매매 피해 이주여성
- "에이전시에 전화해서 따졌어요. 여기 나오게 해달라고 다른 데 보내달라고…. 안 하면 200만 원을 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성매매 거절하면 1주일 동안 일을 못 하게 했어요."
이런 피해는 적지 않은데 업주들은 여성들이 도망갈 것에 대비해 여권을 압수하는가 하면, 탈출한 여성들의 신상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 스탠딩 : 김보미 / 기자
- "성매매 목적으로 이주여성을 데려오는 행동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인신매매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난 4월, '인신매매 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인신매매 개념이 확대되긴 했지만, 가해자 처벌 조항이 빠져 제 역할을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형법에 따로 인신매매조항이 있긴 해도 지금까지 이 조항으로 기소된 경우는 단 9건에 불과합니다.
피해자의 형식상 동의라도 있었다면 업주의 물리적 지배가 인정되지 않는 등 인신매매를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어 적용이 어려운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주여성을 꾀어 성적 착취로 내모는 과정 전반을 인신매매로 보고 적극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심나리 / 국제이주기구 공보관
- "국제사회에서는 자발적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가 여부는 트래피킹(인신매매) 피해자이냐 아니냐 식별하는데 중요하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착취의 목적을 가지고 착취를 하느냐, 그 과정에서 강압적인 수단이 쓰였느냐…."
협소한 법 적용으로 성매매 범죄 피해에 내몰리는 이주여성들,
범죄의 사각지대를 허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김현우 기자·정지훈 VJ
영상편집: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