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오늘(21일)은 76주년을 맞는 '경찰의 날'입니다.
우리가 집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는건 경찰이 우리를 지켜주기 때문이죠.
모두가 잠을 자는 시간, 누구보다 바쁘게 골목을 누비는 경찰들의 야간 업무를 김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식당이 문을 닫고, 늦은 귀가가 이어지는 밤 10시 30분.
112 지구대에선 '피크 타임'이 시작됩니다.
"길에 취객이 쓰러져 잠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합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장갑 착용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다리 힘 좀 줘 보세요. 다리 힘 주시고.
하나, 둘, 셋!"
인사불성이 된 취객을 가족에게 인계하는 것도 경찰의 일.
- "아드님이 지금 술 좀 드시고 길거리에 앉아계셔서 신고받고 왔어요."
밤 11시를 넘긴 시각.
이번엔 고성방가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사소한 신고라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경찰의 숙명입니다.
- "저기가 더 시끄러웠는데. 뭐라 하려고 했는데."
- "기분나빠하지 마시고. 조금만 이동 부탁드릴게요."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가니, 냄비가 타는 줄 모르고 주민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 "경찰관이에요. 신고 받고 왔어요. 타는 냄새 나는데 괜찮으세요."
사고를 동반하는 음주운전 의심 신고 때는 야근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음주운전이 아닌 걸로 밝혀졌지만, 운전자의 거친 항의는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 "차 놓고 바로 퇴근해서 음주운전 민원이 들어왔다고 하니까 황당하지. 나는 술 한 방울도 안 먹었는데. 젊은 경찰들이 왜 머리가 안 돌아가. 경찰 맞아? 경찰들 국민들 피 빨아먹고 살려고."
취객 간 싸움이나 노마스크 단속도 주요 일과 중 하나입니다.
- "아니, 그러면 XX. 여기서 X 먹는 건 안 되는 거야?"
- "마스크 써 주시고…. 코로나 요새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잖아요, 선생님."
오늘은 비교적 한가한 편이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 "오늘 좀 한가하네, 이런 말 하면 바로 (신고가) 떨어지더라고요. 어제도 이 친구가 그 얘기했다가 늦게 퇴근했습니다."
지구대에서 일하는 경찰은 20명 남짓.
사고가 몰리는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는 '심야팀' 6명은 앉아서 쉴 틈도 없이 전쟁같은 6시간을 보냅니다.
▶ 인터뷰 : 이상언 / 서울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경장
- "동료들이랑 일이 다 끝난 다음에 얘기하고 웃고 지나가거나 아기 가족사진 보면서 힘을 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종웅 / 서울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경장
- "근무복이라는 제복의 무게가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도움드릴 수 있어서 보람 느끼고 있습니다."
한밤 시민들의 112 신고 전화를 기다리는 지구대의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MBN뉴스 김민형입니다. [peanut@mbn.co.kr]
영상취재: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오혜진
그래픽: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