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는 인삼이 새로운 특산품으로 인기지만, 천연기념물 재두루미에게는 악재입니다.
논은 없어지고 대신에 인삼밭이 늘면서, 재두루미가 살 곳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60년 생태보고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현장을 이무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파주시 민통선 안쪽.
시베리아를 넘어 날아온 재두루미 한 가족이 유유히 하늘을 누빕니다.
내려앉을 곳을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예전만 못한 모양입니다.
떨어지는 쌀값에 논을 갈아엎고 인삼밭이 들어서면서 그만큼 재두루미가 낱알과 우렁이를 잡아먹던 논은 줄었습니다.
해마다 130마리 넘게 날아오던 재두루미는 올해 겨우 40마리 남짓 눈에 띕니다.
논을 인삼밭으로 바꾼 것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숲과 습지의 허리를 잘라 인삼밭이 조성됐습니다.
멀쩡한 신나무를 생째 잘라내고, 벌목된 나무는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승호 / DMZ 생태연구소 소장
- "숲이 연결돼 있던 우수한 지역이었었는데 (인삼밭을 만들려고) 나무가 잘리고 흙이 훼손되고 나니까 단풍나무 돼지풀이나 개망초 같은 외래식물들이 우점하고 있습니다."
인삼밭 주변은 엉망입니다.
진입로를 내기 위해 군에서 설치한 출입 통제 철조망까지 뜯어냈습니다.
무단으로 쓰레기를 태운 자리에는 인삼에 뿌렸던 농약 봉지까지 발견됩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늘어나는 인삼밭은 지뢰 미확인지역까지 확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 스탠딩 : 이무형 / 기자
- "통제선을 걷어내고 군 참호까지 훼손됐지만 군과 행정당국은 속수무책입니다."
▶ 인터뷰 : 허준수 / 파주시청 산림보호팀장
- "우리 산림보호팀에 담당자가 한 분 있는데 파주시 전체를 관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 번씩 들어오려면 신고를 해야 하고 통제를 받아야 하고…"
또, 민통선 안쪽이지만 엄연히 사유지로 분류된 곳이 대부분이어서 이런 개간을 막을 법적 장치도 없습니다.
군과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전세계에 유례없는 60년 생태보고가 인삼밭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무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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