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택배노조인 CJ대한통운본부가 택배요금 인상분의 공정 분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 가운데 롯데·한진·로젠·우체국 택배노동자들이 CJ대한통운의 임시이관 물량 배송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이같은 노조의 거부 행위는 화주의 정당한 권리 박탈 및 소비자의 권리 역시 침해하는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롯데·한진·로젠·우체국 택배노조 "임시이관 물량 배송 거부"
↑ 롯데, 한진, 로젠, 우체국 택배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 파업에 따른 집화 임시이관 물량의 배송을 거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노조는 그 동안 CJ대한통운의 거래처들이 한 택배사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해당 택배사 거래처의 집화 물량을 다른 택배사로 이관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조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급증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설비와 시설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물량 폭증으로 인해 터미널이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이러한 과중한 물량을 담당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은 1.5배, 2배에 달하는 갑작스런 물량 폭증으로 야간배송, 심야배송에 내몰리며 과로사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들에게 CJ대한통운 파업 물량을 다른 택배사로 임시이관해 배송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롯데·한진·로젠 사측은 일선 대리점에 집화 임시이관을 못하도록 공지했다. 노조 관계자는 "실제 이관이 일어나면 배송을 거부할 것"이라며 "이를 어기면 코드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 소상공인 소비자들 비판..."노조 꼼수" "상품을 인질처럼 잡아놔"
↑ 29일 오후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CJ대한통운 총파업대회 참가자 및 택배 차량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CJ대한통운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하는 대리점으로 물건을 보내면 '인질'처럼 잡혀만 있는데, 집화 임시이관 처리라도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언제 끝날지 모를 파업에 배송 상품을 계속 쌓아두는 것은 분실 위험만 높이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리점에선 어떻게든 고객사 물건을 보내주려고 하는 것인데 노조 때문에 집화 고객사가 다 날아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CJ대한통운 총파업대회에서 두꺼운 옷차림의 참가자들이 참가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한 소비자는 "CJ대한통운도 모자라 다른 4개 택배사까지 배송을 못하게 막아선 것은 결국 많은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를 볼모로 삼는 것"이라며 "노조의 꼼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노조가 집화 임시이관을 못하게 하며 내세운 명분이 타택배사 택배노동자들의 건강 우려였는데,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모르겠다"며 "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택배노조는 올해 4차례나 파업을 단행했다. 하지만 명분이 약한 택배파업을 두고 정부 역시 따로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물류마찰이 빈번한 택배노조 대신 거래처를 교체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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