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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용진의 '멸공(滅共)’은 왜 삭제 대상이 됐나?

정광재 기자l기사입력 2022-01-06 18:08 l 최종수정 2022-01-0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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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정용진, '멸공' 포스팅 무단 삭제에 분노
인스타그램, '폭력 및 선동 가이드라인' 위반 -> 시스템 오류
플랫폼 기업의 편집권 남용 없어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말 그대로 ‘인플루언서(influencer)’입니다. SNS에 익숙한 20~30대들에게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외손자보다는 ‘용진이형’이나 ‘용지니어스’로 친숙한 인물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정 부회장을 팔로우하는 사람만 73만 명에 달하고 그가 올린 게시물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수만 명을 족히 넘습니다.
그런 정 부회장은 요새 인스타그램에 ‘뿔’이 단단히 났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게시물을 무단 삭제했기 때문입니다. 정 부회장은 이런 조치가 억울한 듯, 인스타그램에 의해 삭제된 내용과 함께 삭제 조치 이유가 담긴 화면을 캡쳐해 다시 올렸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게시물이 무단 삭제됐음을 포스팅했습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게시물이 무단 삭제됐음을 포스팅했습니다.

팔로워 73만 명의 인플루언서가 경험한 ‘게시물 삭제’ 조치에 대부분의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멸공’이라는 단어가 과연 인스타그램이 삭제 명분으로 내 건 ‘신체적 폭력 및 선동’ 문구에 해당하는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의 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ㅁㅕㄹㄱㅗㅇ’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소심한 복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세간의 여론과는 별도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가까운 법조인들에게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멸공’이라는 표현이 인스타그램 가이드라인에 의해 삭제될 수준의 표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단, 변호사들은 인스타그램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삭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말) 원할 경우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와 게시물 복원 소송도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빨갱이’ ‘종북’ ‘토착 왜구 축출’이라는 표현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왜 멸공만 삭제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좀 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려고 했을 때는 “우리 역사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선동’ 문구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따져 볼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ㅁ ㅕㄹㄱㅗㅇ’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소심한 복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br />
↑ 정용진 부회장은 ‘ㅁ ㅕㄹㄱㅗㅇ’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소심한 복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게 부담스러웠을까요? 인스타그램은 “시스템 오류로 포스팅이 삭제됐다”는 발표와 함께 “해당 게시물은 복구될 예정”이라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정 부회장이 제기했던 문제가 받아들여진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의 주인공이 73만 팔로워를 거느린, 굴지의 오너 기업가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일반 유저가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논란이 공론화되는 일이 있었을까요? 인스타그램은 시스템 오류를 인정하고 게시물을 복원했을까요? 거대 플랫폼 기업의 편집권 남용과 같은 문제는 부각되지 못했을 겁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자유(自由)’의 가치가 도전받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실린 ‘자유 민주주의’는 애꿎은 이념 논쟁이 덧붙여지면서 ‘자유’라는 수식어는 삭제될 위기를 겪었고, 자유 시장경제 역시 자유의 영역이 좁아지고 ‘관리’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백신 미접종자의 신체 자기결정권(자유)을 강조한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잣대로 비판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독립 영웅 윌리엄 월레스가 처형대 위에서 외친 ‘자유(Freedom)’.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졌겠지만, 인류는 그 자유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 왔습니다.

[정광재 디지털뉴스부 부장 indianpa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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