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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가 된 기분"…'함께'라서 더 빛난 청와대 속 사람들

김지영 기자l기사입력 2022-05-17 09:18 l 최종수정 2022-05-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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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민 품으로 돌아간 청와대 현장 방문
'친절했던' 청와대 가는 길…'함께' 청와대로
전 연령층 한데 모아…‘풍물놀이’ 등 볼거리 풍요

영빈관에서부터 사람들 입가에 미소가 '활짝'
청와대 본관 보자마자 "진짜 푸르다" 감탄
너도나도 "직접 와보니까 너무 좋다" 한 목소리

경복궁역을 나오면 '청와대 가는 길'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있다.(왼) 바닥에는 청와대 가는 길을 유도하는 파란색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오) / 사진 = 윤혜주 기자
↑ 경복궁역을 나오면 '청와대 가는 길'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있다.(왼) 바닥에는 청와대 가는 길을 유도하는 파란색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오) / 사진 = 윤혜주 기자

'나 청와대 가요'.

경복궁역을 나서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 말풍선처럼 글귀가 쓰인 듯 했습니다. 따라가기만 해도 청와대에 도착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7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로 가는 길은 꽤 친절했습니다. 지하철 출구를 나서자마자 '청와대 가는 길'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입간판이 한 눈에 들어왔고 길을 잃지 말라는 듯 바닥에는 파란색 유도선도 설치돼 있었습니다.

금단의 구역에 들어서다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는 사람들이 청와대까지 데려다 주는 '다누림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용 대상은 교통 약자인 장애인과 만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만 8세 이하 영유아 동반자입니다. 건강한 성인의 보통 걸음으로 역에서 청와대까지는 대략 15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생각보다 멀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의 거리입니다.

장애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만 8세 이하 영유아 및 동반자 등을 대상으로 청와대까지 데려다 주는 '다누림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사진 ...
↑ 장애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만 8세 이하 영유아 및 동반자 등을 대상으로 청와대까지 데려다 주는 '다누림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사진 = 김지영 기자


길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낯선 이들이었지만 한 날 한 시에 청와대에 가려는 목적은 같았습니다. 전국에서 몰려든 관람객으로 입구는 크게 붐볐습니다. 입장 확인은 사전관람 신청을 통해 받은 청와대 입장용 바코드만 제시하면 됩니다. 청와대, 불과 약 일주일 전만 해도 금단의 구역이었던 곳에 들어섰습니다.

"진짜 푸르다"…푸른 신록과 청기와의 조화

영빈관 / 사진 = 김지영 기자
↑ 영빈관 / 사진 = 김지영 기자

오전 11시 영빈문을 통과하자 북악산의 푸르른 신록이 병풍처럼 지키고 있는 영빈관을 마주했습니다. 경내에 들어선 사람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곳곳에서 탄성과 함께 들뜬 마음이 퍼져나갔습니다. 청와대 내 가장 오래된 현대식 건축물인 영빈관은 1978년에 건축된 2층 구조의 건물로 외국 대통령 및 총리 등 국빈 방문 때 만찬 등 공식 행사를 진행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경회루를 연상시키는 18개의 돌기둥이 견고한 인상을 줍니다.

삼각대를 세우고 영빈관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남기는 이들, 강렬한 햇빛에 양산을 펴고 벤치에 앉아 조용히 눈에 담는 이들까지 청와대를 즐기는 방식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청와대 본관 / 사진 = 윤혜주 기자
↑ 청와대 본관 / 사진 = 윤혜주 기자


영빈관에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역대 대통령 집무실이 있었던 본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통 궁궐 건축양식을 바탕으로 한 푸른 기와와 흰색 벽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진짜 푸르다" 본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시민이 외마디 탄성과 함께 발걸음을 멈춥니다. 잔디가 드넓게 깔린 대정원은 야외에서 개최한 대통령 행사에 주로 쓰였습니다. 국빈 환영식이 열렸던 공간입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포토 스팟이지만, 본관에 가까워질수록 기다란 줄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본관을 배경으로 독사진을 남길 수 있는 사진 명당입니다. 하얀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본관 문 앞 좌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강릉에서 온 20대 커플은 "들어가고 싶어도 아무도 못 들어가는 곳이니까 새로운 데이트 장소로 괜찮을 것 같았다"며 "사진을 계속 찍고 있지만 아직 인생 사진을 못 찍어서 지금 (본관 앞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본관 앞에서 풍물놀이가 한창이다 / 사진 = 김지영 기자
↑ 청와대 본관 앞에서 풍물놀이가 한창이다 / 사진 = 김지영 기자


대정원에서는 풍물놀이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북과 징 등 전통악기를 들고 입장하는 장면까지 포함해 모두 볼거리였습니다. 섬세하고도 신명난 태평소 가락이 드넓은 대정원을 가득 메웠습니다. 풍물단 단원들이 상모를 세차게 돌릴수록 바라보는 시민들의 탄성도 커졌습니다.

관저 / 사진 = 김지영 기자
↑ 관저 / 사진 = 김지영 기자


본관에서 도보로 5~10분가량 걸으면 베일에 싸여 있던 대통령과 가족의 거주 공간인 관저가 보입니다. 북악산 기슭, 청와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동안 관저는 일반인은 물론 취재진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주 생활 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 우리나라 전통 양식 뜰 및 사랑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관저는 본관과 마찬가지로 청기와 지붕을 얹은 전통 가옥입니다. 처마 끝에는 철제로 된 기다란 줄이 내려왔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가 손수 곶감을 말릴 때 썼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당에는 아담한 수목 몇 그루와 한편에 약 1.5m 정도의 텃밭 5개가 나란히 늘어져 있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렌즈 향하는 곳마다 '작품'…문 마저 포토존

청와대 내부 곳곳에는 황금 장식이 달린 하얀색 문이 있다 / 사진 = 김지영 기자
↑ 청와대 내부 곳곳에는 황금 장식이 달린 하얀색 문이 있다 / 사진 = 김지영 기자

역대 대통령들이 살았던 관저를 빠져나오면 '황금'으로 장식된 청와대 문이 나타납니다. 한때 대통령의 거처인 관저와 일터를 나누던 하얀 문이 지금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하얀 바탕 위에는 황금색 무궁화와 태극 마크가 장식돼 있습니다. 청와대를 상징하는 마크와, 개방을 상징하는 '열린 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문마저 하나의 포토존이 된 것입니다.

황금 문을 빠져 나오면 남산 타워가 한 눈에 보이는 내리막길이 펼쳐집니다. 청와대 내부 어디든 잘 다듬어진 푸른색이 가득했습니다. 잘 닦인 산책길 양옆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제각각 푸르름을 뽐냈습니다.

침류각 / 사진 = 윤혜주 기자
↑ 침류각 / 사진 = 윤혜주 기자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왼쪽에는 침류각, 오른쪽에는 상춘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통가옥 침류각은 1900년대 초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와대 본관과 관저에 비하면 감흥은 다소 떨어질 수 있겠으나,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습니다.

상춘재 / 사진 = 윤혜주 기자
↑ 상춘재 / 사진 = 윤혜주 기자


상춘재로 내려가는 계단길은 사뭇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오묘하게 상춘재를 가린 나무를 지나 계단 끝에 서면 마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신비로움마저 감돕니다. '늘 봄이 머문 집'이라는 뜻 그대로 소담하게 흐르는 물줄기와 작은 정자는 고즈넉한 봄의 정취를 한껏 머금고 있었습니다. 외빈 접견 행사에서 귀빈들을 맞이하던 상춘재에는 봄을 만끽하는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상춘재 아래로는 녹지원이 펼쳐집니다. 역대 대통령의 기념식수와 함께 120여 종의 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첫 회동을 가진 곳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날 등 대중적 행사에 자주 쓰였으며, 윤 당선인은 '최고의 정원'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바깥서 볼 수 없는 세계"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쁨' 이었습니다. 생전에 청와대를 방문해 여한이 없다는 노부부의 기쁨,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역사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부모의 기쁨. 청와대를 방문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80대 노부부는 청와대 방문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유서 깊은 곳이다. 74년 간 권력의 심장부에 있던 곳"이라며 "자유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니까 옛 생각도 하고, 현재의 기쁨도 누리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본관의 잔디도 아름답고, 경치를 살리는 나무 등 모든 자연이 아주 그대로 바깥에선 볼 수 없는 세계를 보는 것 같아서 상당히 뜻깊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전 대통령들이 국민들에게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늘 약속했지만, 살아보니 광화문 시대를 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 정도로 너무 좋다"며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자녀와 함께 청와대를 찾은 부모는 교육적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아이 셋을 대동한 다둥이 부모 김모(43) 씨는 "아이들 체험할 겸 해서 왔다. 애들은 생소하니까 뉴스에서만 간혹 보지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모르지 않나"라며 "이번 개방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보고, 또 아빠가 나름대로 공부한 거를 설명해주면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한 가족이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위해 서 있다 / 사진 = 김지영 기자
↑ 한 가족이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위해 서 있다 / 사진 = 김지영 기자


또 대구에서 두 초등학생 아들과 올라온 윤모(40대) 씨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가르쳐주고 싶었다"며 "교육 차원에서 국회, 새롭게 옮긴 용산 대통령 집무실 근처도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2030세대는 경내의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했습니다. 중국 유학생 유모 (25)씨는 "관저와 본관이 가장 인상 깊다. 너무 예쁘다. 오길 잘한 것 같다"며 "세계적인 관광지로도 손색없을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커플은 "5년 뒤에 다시 닫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방문했다"며 "귀빈이 된 느낌이다. 외국 인사들, 귀빈들이 이 길을 지나갔을 걸 생각하면서 걸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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