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 중 넘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지난 5일 약체로 평가되는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안겨 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당시 주장 손흥민도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를 지적했고, 마크람 다부브 팔레스타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쉬운 결과에 누리꾼들은 “상대팀도 같은 잔디에서 뛰었으니 할 말 없다”고 냉정한 반응도 내놨지만, 대부분 “상암 잔디 진짜 심각하다” “팔레스타인 한국 잔디 별로라고 듣는 게 정상인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은 해외파가 많고, 환경 좋은 리그에서 뛰고 있어서 당연히 상대팀보다 잔디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는데요.
과연 축구장 잔디 상태는 경기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 환호하는 히딩크 지난 2002년 6월 4일 저녁 부산에서 열린 월드컵 D조 경기에서 한국이 폴란드에 완승을 거두자 히딩크감독이 특유의 제스처로 환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잔디를 더 짧게 깎고, 경기 두 시간 전 잔디에 물을 뿌려 달라”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폴란드전을 앞두고,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가 잔디 상태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던 건 유명합니다. 당시 상대적으로 체구 가 큰 폴란드를 속도전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술이었다는 겁니다.
신문선 축구 해설위원은 “공격수는 상대 골문 쪽으로 앞을 보고 달려가지만, 수비수는 볼을 뒤쪽에서 주면 앞을 보고 있다가 뒤돌아서 뛰어가야 하지 않나”라며 “잔디 길이를 짧게 하고, 물을 뿌릴수록 공에 가속도는 굉장히 빨라진다. 속도가 있고 공수 전환이 빠른 기량이 좋은 팀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잔디 상태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진=시민의소리 캡처 |
이렇다 보니 잔디 관리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에 지난 5일 항의성 민원도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경기장 잔디를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오른다. 폭염, 폭설, 장마, 가을 가뭄에 힘들다고 이런 핑계를 말하지 말라”며 “기후가 같은 일본은 왜 축구 잔디관리가 잘되는가”라고 꼬집은 겁니다.
이에 서울시설관리공단 서울월드컵경기장 운영처는 더운 날씨와 전문 인력 부족 때문이라며 불리한 환경 속에 노력 중이라고 양해를 부탁한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측도 MBN과의 통화에서 “좀 더 나은 잔디 그라운드 환경을 위해 폭염시 일시적으로 잔디표면의 온도를 낮춰주기 위해 관수작업(시린징)을 실시 중이며 경기장 내 공기 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송풍기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며 “폭우 시 원활한 배수를 위해 그라운드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통기 작업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잔디가 밟혀도 재생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상암 경기장은 하이브리드 잔디고, 서양형에서 들어온 것과 한국형이 섞여 있다”며 “잔디를 깔던 당시에는 안착을 위해 대관을 안 했지만, 최근 유명 콘서트 등 대관이 많이 늘었다”고 잔디 상태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공사 / 영상=MBN |
앞서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21년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잔디 상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천연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캔터키블루그래스종(한지형 잔디) 잔디를 깐 바 있습니다.
그럼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대표팀이 출전하는 축구 경기를 다른 곳에서 열 수 있을까요.
아시아축구연맹(AFC)은 A매치 경기장 선정 조건을 ‘공항에서 이동 거리 2시간 이내, 150㎞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수원 월드컵 경기자와 인천 문학 경기장이 물리적으로
이에 신 해설위원은 “홈 경기장을 바꿀 게 아니라 K리그에 협조를 구해서 FC 측에 경기장을 좀 덜 쓰게 하고, 보식(잔디 그라운드에 훼손이 발생한 경우 부분적으로 잔디를 교체하는 작업)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