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문제로 휴직했다가 복귀한 교사, 숨진 학생과는 아무 관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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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주위로 몰려든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8살 여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전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0일(어제) 오후 6시쯤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A 양과 이 학교 교사 B 씨가 발견됐습니다.
119 대원들이 의식이 없는 A 양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신을 확인하고 나온 A 양의 친할머니는 "하나도 실감이 안 나. 금방이라도 '할머니'하고 올 것만 같아"라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이 학교에서 선생에 의해 살해됐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응급실을 찾아온 학교 교직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 토닥였습니다.
교직원들을 보고 일부 유족은 "애 하나 지키지도 못하고 여기가 어디라고 와. 눈앞에 띄지 마"라며 이들을 강하게 밀쳐내기도 했습니다.
시신이 응급실에서 나와 장례식장으로 갈 때 A 양 어머니는 오열하며 몸을 강하게 흐느꼈습니다.
A 양 아버지는 우는 아내에게 "검시하는 것 보면 트라우마 남는다니까 보지 말자"라며 "우리 딸 예쁜 모습만 기억 속에 간직해야지"라며 아내를 토닥였습니다.
이어 졸린 눈을 한 어린 둘째 딸을 대기실에서 아내가 데리고 나오자 A 양 아버지는 "언니 영양주사 맞고 갈 거니까 집에서 조금만 기다려"라며 아이에게 애써 다정하게 전했습니다.
담담하게 둘째에게 말을 건네는 그를 보면서 주변에 있던 가족들은 조용히 눈물을 삼켰습니다.
경찰 유족 수사를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A 양 아버지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교사는 우울증에 의해 자기 분을 못 이겨서 아무 죄도 없는 우리 아이를 죽였다"며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A 양 휴대전화에는 부모 보호 애플리케이션을 깔려 있어 전화를 걸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주위에 있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A 양을 찾기 시작했던 오후 4시 50분쯤부터 찾을 때까지 모든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미 딸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늙은 여자의 달리기 한 것 같은 숨이 휙휙 거리는 소리와 서랍을 여닫는 소리,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은 100% 계획범죄일 거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는 "저번 주부터 미술학원에 다녀서 4시 40분까지 학교에 있는 아이는 우리 아이가 유일했다"며 "애가 혼자 있었던 것을 알았을 것이고, 흉기 또한 직접 챙겨온 것으로 계획범죄가 아닐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해당 교사는 우울증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한 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사건 당시 B 씨도 목과 팔이 흉기에 찔린 상태로 발견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사를 받던 B 씨는 10일(어제) 오후 9시쯤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복직 후 교과전담 교사를 맡은 B 씨는 1학년생인 숨진 학생과는 평소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숨진 아이는 학원에 가기 전 평소 오후 4시 40분까지 학교에서 돌봄 수업을 들었습니다.
학원에 아이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부모가 오후 5시 18분쯤 실종신고를 했고, 학교 측에서도 오후 5시 50분쯤 건물 2층 시청각실에 사람이 갇혔다고 경
학교 측은 사건 당일 오후 4시 40분쯤 돌봄 수업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교실을 나간 A 양이 어떻게 그 시간에 B 씨와 함께 있었는지 경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늦게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 대해 긴급 휴업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세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rlatpdms01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