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수원 중국인 해커 99명 체포설'도 같은 사례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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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사진=연합뉴스 |
서울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에서 난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선상에 오른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이번에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에 대한 인신공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기한 음모론과 비난을 극우 유튜버가 퍼 나르고 정치권까지 번진 뒤 커뮤니티가 다시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합니다.
오늘(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성향인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국힘갤)와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비대위갤), '미국 정치 갤러리'(미정갤)에는 11일 오후 2시부터 문 대행의 고교 동창 온라인 카페에 음란물이 게시됐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국힘갤에는 오후 2시 정각 '형배 동창회 카페 ㄹㅇ(진짜) 음란물 천지'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습니다. 작성자는 카페 주소를 공유하며 "행번방 입갤(입장). 행배(문 대행)가 다녔던 곳이 맞는지, 이 카페에 속해있는지 팩트체크 후 올리는 것"이라고 작성했습니다.
이 글이 문 대행이 가입한 카페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빗댄 이른바 '행번방' 논란을 처음 촉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6분 뒤, 미정갤에도 국힘갤의 글을 공유하며 "행번방 이거 퍼뜨리자. 이거 파급력 XX 셀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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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문형배 음란물'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힘갤 게시물 / 사진=연합뉴스 |
이후 국힘갤과 비대위갤, 미정갤에는 개인 정보를 이용해 문 대행 공격을 부추기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오후 4시 41분 국힘갤에는 "신상 털리는 게 마냥 남 일 같았지? 신상 털기가 전통문화인 애들을 상대로 자극을 해버렸으니 뭐라 해줄 말이 없다. 힘내라"라는 닉네임 'ㅇㅇ'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들 게시판에는 문 대행의 모친상 부고에서 찾은 개인 연락처가 유포되기도 했습니다. 문 대행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인증' 글이 빗발쳤으나 역시 대거 삭제됐습니다.
'ㅇㅇ'은 오후 4시 59분 국힘갤에 문 대행과의 통화기록과 함께 "전화 받아라. 이 XX 쫄았네"라고 적었습니다.
미정갤에도 오후 10시 42분 '행배 카톡 XX 안 보네 XX'라는 제목으로 문 대행에게 보낸 '문자 폭탄' 인증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이용자는 오후 6시 47분 문 대행에게 혐오감이 드는 사진과 함께 "왜 내 거는 안 읽냐" 등의 조롱성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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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정갤에 올라온 문 대행 '카톡 폭탄' 인증 글 / 사진=연합뉴스 |
게시판에서 불붙은 주장은 극우 유튜브를 통해 확산됐습니다.
구독자 90만 명의 '가로세로연구소'는 국힘갤의 첫 논란 제기 이튿날인 12일 오후 7시 생방송을 통해 이 사안을 다뤘습니다. 조회 수는 16일 현재 20만 건에 이릅니다.
구독자 122만 명의 '고성국TV'도 같은 날 '행번방 사건으로 문형배 제정신 아니다'라는 동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제대로 된 사실검증도 없이 사안은 정치권으로 번집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같은 날 오후 7시 12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사기관은 즉각 수사에 착수하고 문 재판관은 이 논란에 대해 국민 앞에 사실을 낱낱이 밝혀야만 한다"고 적었습니다.
박민영 대변인은 13일 오전 '불법 음란물 2,000여 건 공유된 행번방 커뮤니티 알면서도 방치한 문형배 재판관, 법관으로서 자격 있습니까'라는 공격적인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다음 날(14일) 그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미성년자 음란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는 내용을 담은 논평을 냈던 것에 대해 사실관계 점검이 부족했다며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어제(15일)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에서도 "문형배(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는 사퇴하라"는 참가자들의 구호는 여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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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 / 사진=연합뉴스 |
앞서 지난달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 배진한 변호사가 제기한 이른바 '중국인 해커 99명 체포설' 또한 '디시인사이드→극우 유튜브'로 확대 재생산된 사례 중 하나입니다.
12·3 비상계엄 아흐레 만인 지난해 12월 12일 디시인사이드 '동덕여대 갤러리'에는 '부정선거에 가담한 중국인 해커들이 선관위 연수원에서 숙박했기 때문에 계엄군이 압수수색했다'는 주장의 글이 올라왔습
이 글은 극우 유튜브와 온라인 매체 등을 거쳐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 있는 중국인 해커 99명을 체포했다'는 내용으로 확대돼 유포됐습니다.
경찰은 중국인 해커 99명 체포설과 서부지법·헌재 난동 모의 등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촉발된 논란들을 수사 중입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