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킬러 문항', 현직 교사조차 풀지 못해…정답률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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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공립·사립 교원 249명이 약 6년간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212억 9천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18일)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들 교원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를 통해 1인당 평균 8천500만 원의 수입을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교원이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제작·판매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청탁금지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거래 규모는 지역별로 서울·경기가 198억 8천만 원(93.4%)에 달했습니다. 서울(160억 5천만 원·75.4%)의 경우 대치동, 목동 등 대형 사교육 업체가 집중된 지역에서 문항 거래가 많았습니다.
과목별 거래 규모는 과학이 66억 2천만 원으로 가장 컸습니다.
그 뒤를 이은 건 수학으로 57억 1천만 원이었습니다. 이어 사회(37억 7천만 원), 영어(31억 원), 국어(20억 8천만 원) 등의 순이었습니다.
거래는 사교육 업체의 문항 제작팀이나 강사가 EBS 교재 집필진 명단을 입수하거나 인맥·학연 등을 통해 출제 능력이 있는 교원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사교육 업체와 교원은 문항 유형과 난이도별 단가 등을 정해 주로 구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거래는 업체와 교원이 일대일·조직적 형태로 규모를 키우면서 확산했습니다.
일부 교원은 사교육 업체에서 꾸린 문항 제작팀에 가담해 팀장 역할을 수행하거나 교원을 섭외해 문항 공급 조직을 직접 구성·운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교사는 업체에 '2020년 10월 한달간 연락이 어려울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수능 출제에 참여한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거래단가 인상을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당 교사의 문항 거래액은 20개당 30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비위의 정도가 크다고 판단되는 공립 교원 8명과 사립 교원 21명 등 총 29명에 대해 관할 시도교육청에 징계 요구 및 비위 통보했습니다.
또 나머지 220명에 대해서는 교육부에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습니다.
아울러 감사원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문제 판박이 논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 결과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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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캡처 |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이었던 국립대 대학교수가 자신이 2022년 감수한 EBS 교재 문항을 수능 영어 지문 23번 문항으로 출제한 이 사건은 '사교육 카르텔'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평소 교원들로부터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한 유명 강사는 이 교수의 지인인 다른 고교 교사로부터 해당 문항을 받아 2022년 9월 학원 사설 모의고사에 냈습니다.
여기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증 부실도 논란을 키웠습니다. 평가원은 2021·2022학년도 수능에서 이 강사의 수능 모의고사를 계속 구매했다가 2023학년도에만 별다른 이유 없이 구매를 누락했고, 결과적으로 사설 모의고사에 나온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또 평가원은 수능 이후 해당 문항과 관련한 이의 신청이 126건 접수됐는데도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 심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대학교수에 대해 소속 국립대에 주의를, 문항 출제 및 이의 심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평가원 담당자 3명에 대해 평가원에 문책(해임·정직·경징계)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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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수능에 출제되는 초고난도 문제, 이른바 '킬러 문항'이 현직 교사조차 풀지 못하는 수준이었던 것도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출제 과정에서 현직 교사로 구성된 검토위원 전원이 오답을 낸 수학 문제가 출제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문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답률이 턱없이 낮아 찍는 것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킬러문항의 예상 풀이 시간은 30분을 훌쩍 넘었으며, 정답률은 목표치인 5%에 턱없이 부족한 2~3%에서 그쳤습니다.
지난해 수학 영역 22번 문항의 정답률은 2.85%였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수능에 킬러 문항이 연이어 출제되며 출제 능력을 갖춘 현직 교사에 대한 학원가의 수요도 함께 뛰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킬러문항 출제에 대해 "교
감사원은 2021~2023학년도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김세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rlatpdms01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