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피로감은 있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만 남겨두면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진영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법치주의 국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떤 결과든 승복,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사실관계와 법보다는 이념 우선, 정파에 좌우된 판결이다'는 불신이 적잖게 깔려있는 탓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변호사 시험에 처음으로 합격한 AI '슈퍼로이어'라는 존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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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슈퍼로이어'는 제14회 대한민국 변호사 시험에서 정답률 74%로 합격했습니다. 변호사 시험에서 선택형 문항은 공법·민사법·형사법 관련 150문제로 최근 5년간 평균 합격 개수는 103개 인데요. '슈퍼로이어'는 111개를 맞혔습니다. 국내 법령과 판례 495만건, 법률 서적 600권을 답변에 활용한 결과입니다. 로앤컴퍼니 측은 출시 1년 만에 국내 순수 AI 기술로 챗GPT나 끌로드보다 높은 정답률을 보인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오답과 관련해서는 "국내 변호사 시험은 단순하지 않고 법 취지에 맞는 해석을 고르라는 식의 고차원 추론 역량을 필요로 한다"며 "아직 충분히 잘하는 영역이 아니지만, 더 고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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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로앤컴퍼니 제공 |
이에 대한 법조계의 시선은 어떨까요.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어쏘 변호사가 1시간 걸려 판례 검색하던 것을 지금도 AI는 1분 안에 찾아준다"며 "검색 결과에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편하긴 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AI변호사가 생기면, 어쏘 변호사 입지가 사라질 것"이라며 " 어쏘 변호사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보고 배우는 기회가 박탈돼 유능한 변호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김형민 변호사(법률사무소 민하)는 먼저 "AI변호사가 못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AI는 분석 자체가 어렵거나 잠재된 패턴이 없는 데이터는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변호사 업무를 글쓰기와 말하기로 나눈다면, 글쓰기는 AI가 할 수도 있지만, 변호사가 고객과의 대화 속에 눈빛, 표정, 제스처를 분석해 고객의 니즈와 감정에 적합한 법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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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법률사무소 민하 제공 |
흔히들 AI는 사람처럼 감정과 외압에 영향을 받지 않고, 논리적이고 객관적일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인간이 AI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다른 것처럼 AI 역시 왜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여전히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는 환각 현상도 있는데요. 이를 간과한 채,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결론을 위해서 오로지 AI재판과 AI 변호를 이상적으로 말하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법조인보다 AI를 더 신뢰하려는 '슬픈 현실'의 원인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와 별도로 AI가 시대의 흐름이 된 이상, AI변호사와 인간 변호사가 공존하는 방법도 지혜롭게 찾아가야겠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