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자살예방 기획 두 번째 시간, 오늘은 자살사건 조사와 통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OECD 자살률 1위의 불명예에도 자살률을 낮추려는 노력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가장 먼저 조사에 나서는 경찰은 왜 자살했는지 면밀히 파악하지 않아 즉각적인 자살예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범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자살한 가족을 둔 유족들이 매월 한 차례씩 만나 서로 위로합니다.
딸처럼 키우던 고등학생 손녀를 보낸 뒤, 김기복 씨는 이유를 몰라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학교를 빠지고 영화관에 갔다고 혼낸 사소한 일까지 떠올리며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김기복 / 자살유족
- "그런 생각에 이제 자꾸 자괴감이 드는 거죠. (경찰도) 좀 의외다 하는 식으로 그러더래요."
아들이 자살한 방을 치웠던 김순희 씨는 아직도 번개탄이 보이면 가게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 인터뷰 : 김순희 / 자살유족
- "그때 당시 한창 그런 게 유행했어요."
자살자 연령이 낮아지고 수단이 확산할 때 즉각 개입이 필요한데, 정작 이를 파악할 길은 없습니다.
▶ 스탠딩 : 한범수 / 기자
- "경찰은 타살이나 사고사가 아니라고 보면 사망 원인을 상세히 밝히진 않습니다. 정신질환, 경제적 이유, 그리고 가족 문제 등으로 자살 동기를 간략히 분류할 뿐입니다."
두 달이 지나서야 나오는 경찰청 통계는 자살자의 연령조차 분석하지 않고 성별만 구별합니다.
100명 가운데 14명이 자살 시도를 하는 유족에 대한 자조모임 지원도 경찰에서 연계하지 않습니다.
이동주 씨는 둘째 아들을 잃고 한 달 뒤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 인터뷰 : 이동주 / 자살유족
- "자조모임 때문에 살았어요, 사실은. 그렇지 않으면 제가 (또) 시도해서 나도 갔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2년 뒤에나 나오는 자살 예방 백서도 부실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심각해지는 마약 문제에서도, 마약 사범이 46만 명에 달하고, 이들의 자살률이 30%로 알려졌지만, 자살 동기에서는 항목조차 없습니다.
▶ 인터뷰 : 기 명 /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자살에 이르는 여러 가지 경로들이 있을 텐데, 충분하게 좀 파악하는 데,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부족한…."
반면, 자살자 수를 1만 명 이상 줄인 일본에서는 매달 자살자 수와 함께 원인을 밝혀, 시민단체와 연계해 자살 예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MBN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eomsoo@mbn.co.kr]
영상취재 : 김현우 기자, 현기혁 VJ
영상편집 : 김민지
그래픽 : 이새봄
※ 인터뷰에 응한 자살유족분들은 고통받는 다른 유족분들이 자조모임을 찾길 바라고, 유족이 자살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실명을 공개하는 용기를 냈음을 밝힙니다.
※ 자살예방을 위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렌(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