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다양 한 일들을 담아 보여드리는 기획 '무조건살린다'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최은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
방화
건물 화재
폭발
산불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끔찍한 화재 사건 그 후….
화상전문병원 수술실.
상처 부위를 세척하는 치료가 한창입니다.
온몸에 선명한 그날의 흔적, 몸 전체의 50% 가까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현장음)
(이런 과정을 며칠에 한 번 하는 거에요?) 나을 때까지 하는 거죠. (매일 하는 거예요?) 네, 매일.
아주 조금 베인 상처도 소독할 땐 참을 수 없을 만큼 쓰라린데, 전신이 쓰라린 고통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 인터뷰 : 허 준 /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
- "노출된 상처 면에 감각신경이 살아 있는 경우는 건드리면 자지러지게 아프겠죠. 그게 면적이 너무 넓죠. 그러면 거의 지옥 같다고 느끼죠. 실제로 저희 병원에서 과거에 창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넓게 자리 잡은 물집은 그 자체로도 목숨을 위협합니다.
▶ 인터뷰 : 허 준 /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
- "(물집이) 줄줄 흐르잖아요. 그 물이 결국 내 몸에서 빠져나오는 거죠. 그 양이 많으니까 상대적으로는 혈관 내에 있는 피 양은 줄어든다는 원리죠. 피가 줄어들면 혈관이 쪼그라들겠죠. 그러면 심장이 뛰어도 피가 안 가죠. 그럼 쇼크에 빠지는 거죠."
<폐에 가득한 재>
화상환자 중환자실.
아직 의식이 없는 환자의 기관을 절개해 삽관하는 과정이 한창입니다.
눈앞에서 번지는 화염에 뜨거운 열기를 들이마시면 기도도 화상을 입게 되는데, 그럼 숨을 쉴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김도헌 /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과장
- "뜨거운 열기를 마시는 거죠. 밖에서 화상을 입는 것과 똑같이 기도 자체에 화상을 입는 겁니다. 기도가 화상을 입으면 안으로 부어요. 이게 막히기 전에 초기에 빨리 삽관을 해줘야 합니다."
화재 흔적은 폐에도 고스란히 남습니다.
가래를 빼주듯 기관을 통해 폐포에 남은 재를 빼내줘야 합니다.
▶ 인터뷰 : 김하성 /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
- "이 검은 것들이 다 재고요. 기관삽관술을 해서 기관지 내시경을 하게 되면 매일매일 석션이라는 것을 통해 음압을 걸어서 빼주게 되는데, 빼준 이후에는 저렇게 쌓이게 됩니다. "
<1,000분의 3인치가 만드는 기적>
또다시 수술실.
화상 입은 부위의 죽은 조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피부 이식수술을 시작합니다.
전신의 32%를 데인 환자.
(현장음)
주로 허벅지 쪽이 넓게 뗄 수 있는 자리라 많이 쓰는데, 허벅지를 다 다쳐버리면 못쓰니까, 필요하면 발바닥, 손바닥 피부도 쓸 수 있어요.
1,000분의 3인치 두께로 떼어내 더욱 넓은 부위에 이식할 수 있도록 쫙 펴줍니다.
(현장음)
(그런데 이걸 어떻게 이식해요?) 잘 얹으면 다 붙어요.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 인터뷰 : 노원남 / 화상환자
- "깨어나 보니 중환자실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일어나려고 했는데 못 일어나게 딱 잡더라고요.
▶ 인터뷰 : 노원남 / 화상환자
- "손 발은 다 괜찮은데 얼굴하고 이제 안 보이는 쪽으로, 등쪽으로 해서 등은 좀 출혈을 많이 해서 많이 나아졌고, 다리 쪽 양 무릎 쪽으로 해서 가장 심하죠. 사람들이 보기에는 못 봐줄 정도로 심하대요."
▶ 인터뷰 : 이동길 / 화상환자
- "저 같은 경우에는 너무 심하니까 매일매일 선생님들이 씻겨 주셨거든요. 참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죠. "
▶ 인터뷰 : 이동길 / 화상환자
- "처음에 사고가 나고 잠이 들면 매일 밤 꿈속에서 나타났어요. 눈만 감으면 그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공포스럽죠. 그 순간이 계속 기억이 나니까요. 사고라는 게 나으면 꼭 항상 책임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잖아요. 내가 그 순간에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 인터뷰 : 이동길 / 화상환자
- "이 쪽에는 손가락이 지금 두 개가 없거든요. 지금 재활도 하고 있고요. 병원이 생각보다 많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잘 왔어요.병원에서 저를 살려주신 것 같아요. "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 이성민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이새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