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사는 서른 살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남편 회사의 복지 정책으로 건강검진을 했다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되는데요.
서울의 큰 병원에 가서 가슴 조직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까지 받았는데,뒤늦게 암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짜 암에 걸렸던 다른 사람과 검체가 뒤바뀌며 벌어진 일인데요.
한범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해 9월, 건강검진 뒤 유방암 판정을 받은 김 모 씨(가명),
조직검사 결과 악성으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자 하늘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유방암 의료사고 피해자
- "믿기 힘들겠지만 암이라고 말씀을 하시고…. 건강하고 젊을수록 전이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암을 통보한) 원장님 앞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곧 큰 병원을 찾아갔고, 전신마취한 채 한쪽 가슴 6cm가량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종양 조직을 제거하고 보니 암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여성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섬유선종이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유방암 의료사고 피해자
- "(수술한 병원 의사가) 우리가 떼어낸 조직을 확인해 본 결과, 처음에 (검사 기관이) 제출했던 슬라이드 조직과 전혀 다른, 불일치한 결과가 확인됐다고…."
처음 암을 진단한 병원을 찾아가 들은 설명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조직을 채취해 외부 병리 기관에 검사를 맡겼는데, 그곳에서 김 씨보다 하루 먼저 검사받은 다른 여성의 검체와 김 씨의 검체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하루 먼저 검사받은 그 여성은 진짜 암에 걸렸는데도, 암이 아니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 인터뷰 : A 의원 원장과 피해자 대화 내용 (지난해 12월 5일)
- "라벨링(분류 작업)이 잘못돼버린 거예요. 이 사람이 이 사람 걸로 돼 버린 거죠. (바뀐 상대방도) 황당하죠. 3개월 만에 암이라고 제가 얘기를 하니까."
엉뚱한 검사 결과를 전달한 병리 기관도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 인터뷰 : 녹십자의료재단 관계자와 피해자 대화 내용 (지난해 12월 5일)
- "일단 저희 쪽 휴먼 에러(직원 실수)가 너무도 확실한 일이라서 환자분이나 보호자분께는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한 사람은 암이 아닌데 가슴을 절제하고, 다른 사람은 암이 맞는데 아닌 줄 알고 3개월의 시간을 허비한 상황….
▶ 스탠딩 : 한범수 / 기자
- "병리 기관의 허술한 검체 관리가 두 여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MBN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eomsoo@mbn.co.kr]
영상취재 : 김영호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그래픽 : 김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