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중국 선수들 기록이 좋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한국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겠어요"
10일(한국시간) 광저우 아오티 사격관에서 대표팀 훈련 상황을 점검한 변경수(52) 대표팀 감독은 바람 등 경기장 상태의 영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일찌감치 광저우에 입성한 사격 대표팀은 9일 첫 연습을 시작으로 컨디션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본격적인 마무리 훈련에 들어갔다.
한국 대표팀의 종합 2위 달성에 앞장설 사격 대표팀의 첫 메달 사냥은 선수들이 아오티 사격관의 강한 바람에 얼마나 적응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바다와 가까운 광저우의 지리적 특성상 바람이 강하게 불고 방향 변화도 잦아 실외에서 치르는 50m 권총과 소총 등 종목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격 세계 최강국인 중국을 넘는 데에는 바람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코치진들은 설명했다.
소총의 경우 탄환이 바람의 영향으로 바뀌는 궤적을 예상해 약간 위쪽으로 겨눠 사격하는 오(誤)조준' 훈련으로 대비해왔다. 권총은 오조준 사격법이 잘 통하지 않지만 한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보다 강한 바람에 익숙한 편이다.
남자 권총 간판 진종오(31.KT)는 연습을 마친 뒤 "생각보다 바람이 세게 불긴 하지만 적응하면 된다. 어차피 다 같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선일 남자권총 코치는 "지금까지 지켜봐온 중국 선수들은 바람에 비교적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며 "권총의 경우 소총과 달리 바람이 세게 불면 오조준 같은 방법보다는 선수들의 감이나 경험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하는 바람에 전력이 다소 들쭉날쭉한 점도 한국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사격 44개 종목에서 금메달 27개를 독식한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격 최강국. 하지만 지난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 21개를 포함해 모두 52개의 메달로 종합 1위에 오르고도 주니어부보다 일반부 성적이 저조해 막판까지 아시안게임 대표 구성에 고심해왔다.
그 결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진종오에게 50m 권총 우승을 내줬지만 그 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하며 세계 최강 사수로 꼽히던 탄종량(39)이 2년의 공백을 깨고 복귀했고 남자 러닝타켓의 양링(38), 여자 권총의 장샨(42)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들도 가세했다.
세계 정상을 정복한 `왕년의 스타'이지만 수년간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아시안게
변경수 감독은 "탄종량이 연습하는걸 보니 오랜만에 복귀했는데도 기록이 상당히 좋았다"고 경계하면서도 "연습 기록이 실전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과 평정심만 잃지 않는다면 목표했던 금메달 5~7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