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막을 올리는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42개 정식 종목 가운데 한국인이 중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맡고 있는 종목은 여자하키와 태권도가 있다.
이 가운데 여자하키는 한국인 지도자가 감독을 맡아 전력이 급상승한 종목으로 중국 여자하키는 이번 대회에서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에 이어 3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2002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일궈낸 김창백(54) 감독에 이어 지난해 6월 중국 여자하키 사령탑에 오른 김상열(55) 감독은 대회 개막을 3일 앞둔 9일 밤늦게까지도 중국 광저우 시내 아오티 하키 경기장에서 훈련에 한창이었다.
훈련 내내 줄담배를 손에서 놓을 줄 몰랐고 수시로 한국말로 호통을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김상열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을 은메달로 이끌었고 2005년 1월부터 중국 남자대표팀을 맡아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선사했다.
중국 여자하키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남자는 아시아권에서도 한국, 인도, 파키스탄 등에 밀려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상열 감독의 지휘 아래 불과 2년 만에 아시아 정상권에 올라섰고 김상열 감독은 지난해 6월 여자 대표팀을 맡아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상열 감독은 "지난해 6월 여자대표팀을 맡았지만 중국 전국체전이 있어 선수들을 소속팀에 보내주느라 실제 훈련은 올해 초부터 했다"며 "담배가 중국 와서 많이 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두 갑으로 사흘을 버텼는데 이제는 하루에 한 갑 반 이상 피운다"며 부담감을 털어놨다.
'3연패에 대한 부담이 크신가 보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어떤 지도자든 부담이 없는 대회는 없다"면서도 "여자하키는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중점 종목'으로 선정한 종목이다. 선수가 16명인데 임원이 11명이나 된다. 코치만 5명에 의사, 물리치료사, 연구원, 매니저, 비디오분석관 등 지원이 보통이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중점 종목'답게 경비도 삼엄했다. 관중석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기자에게 여러 임원이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대며 보안에 철저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여자하키가 한국인 지도자를 선호하는 이유를 물었다. 김상열 감독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선수 선발에서 주위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아무래도 한국 지도자가 중국 사람보다 세계 하키 흐름에 근접해있다"며 "또 기술, 전술, 체력을 모두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양 지도자들은 전공이 세분화돼 있어 체력, 기술, 전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고 덧붙인 김상열 감독은 "또 한국 지도자가 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소질이 있다"고 말했다.
김창백 전 감독은 '마귀', 김상열 감독은 '독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을 보면 얼마나 열성적으로 팀을 지도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날도 마무리 훈련만 30분 가까이 할 만큼 훈련의 강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김상열 감독은 "하키 경기장 길이가 24m 정도 되는데 거기를 40번 정도 뛰게 한다. 실전에서 그런 스피드를 내야 할 상황이 40번에서 50차례 정도 나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온 지 5년이 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말을 잘 듣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있다"는 김상열 감독은 "그러나 어려서 교육을 받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대답하는 것이 우리 선수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상열 감독은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선수들의 속마음을 알기 더 어렵다. 다만 '내가 갖고 있는 경험, 전술, 정보 등 모든 것을 다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중국의 3연패를 가로막을 경쟁 상대로는 "한국, 일본, 인도"를 꼽았다.
"한국과는 9월 월드컵에서 만나 1-2로 졌다. 한국이 2005년 주니어월드컵 우승 멤버들이 있어 전력이 좋다"면서 "일본, 인도까지 4개 나라가 전력 차이가 거의 없다. 어제 남북 축구에서도 봤지만 단체 경기
'4년 전 도하 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한국에 졌는데 한국과 경기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뻔한 질문에 김상열 감독은 "기본적으로 내가 이 팀을 맡고 있는 한 어느 나라와 만나든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갈 것이다. 다만 한국 하키가 발전하고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모범 답안을 냈다.
(광저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