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지만 유독 아시안게임에서는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한국 당구가 2010 광저우 대회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
한국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가영(27.인천당구연맹), 김경률(30.서울당구연맹), 차유람(23.IB스포츠) 등 간판 스타를 앞세워 역대 최다인 금메달 3개에 도전한다.
한국은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캐롬 스리쿠션(이하 스리쿠션) 동메달에 그쳤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금메달 4개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금메달은 스리쿠션에서 단 한 개밖에 따지 못했다.
도하 대회에서는 또다시 '노 골드'에 머물렀다. 금메달 기대주였던 김가영이 여자 포켓 8볼에서 은메달에 그쳤고, 김경률이 남자 스리쿠션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당구의 전통이 깊은 한국은 그동안 지독한 '아시안게임 징크스'에 시달린 셈이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0개 금메달 가운데 최소 3개를 따서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기량과 경험이 풍부한 김경률(스리쿠션)과 포켓의 김가영과 차유람이 금메달 사정권에 들었다는 평가다.
세 선수는 올해 열린 각종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기량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다. 김경률은 세계 스리쿠션 랭킹 4위에 올라 있고, 김가영과 차유람은 포켓에서 각각 7위와 3위에 랭크될 정도로 아시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한다.
김경률은 올해 터키에서 열린 월드컵대회에서 세계 스리쿠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평소 기량만 발휘하면 무난하게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장수 대표팀 감독은 "스리쿠션은 일본과 베트남이 아시아권에서 강국으로 꼽히는데 아직 우리의 적수는 아니다"라며 "김경률 외에 허정한도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두 사람 중 한 명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김가영과 차유람은 포켓 8볼, 9볼에서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작은 마녀'라는 별명처럼 집중력이 강한 김가영은 세계 정상권 선수들이 출전하는 US오픈 9볼 챔피언십에서 2009~2010년 2연패했고, 도하 대회에 출전했던 차유람은 올해 암웨이배 세계 9볼 오픈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감독은 "두 선수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도전 받는 입장"이라며 "그런데 8볼은 7점에서 5점, 9볼은 9점에서 7점으로 도하 대회 때보다 경기 승리 포인트가 낮아져 변수가 커졌다. 8강권까지는 어려움없이 진출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대만, 중국, 일본 등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과 팽팽하게 겨뤄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차유람의 친언니 차보람(25.드래곤 프로모션)은 전공인 포켓 대신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 스누커식스레드에 출전한다. 코칭스태프는 '깜짝 돌풍'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또 지난해 동아시안게임에 참가해 한국 당구 사상 최초로 잉글리시 빌리아드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황철호(34.경기당구연맹)도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당구는 13일 스누커식스레드, 포켓 8볼 등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한국의 주종목인 스리쿠션의 결승은 17일 펼쳐지고 여자 포켓 8볼과 9볼 결승은 18일과 19일 이어진다.
(광저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