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한 겉절이보다는 묵은 김치 '묵은지'의 깊은 맛이 생각나는 가을인데요.
프로축구에 묵은지 같은 지도자가 있습니다.
전광열 기자입니다.
【 기자 】
최용수 서울 감독은 수석코치 6년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라고 돌아봤습니다.
추락하던 인천의 재도약을 이끈 지도자는 수석코치 생활을 8년이나 한 김봉길 감독입니다.
▶ 인터뷰 : 김봉길 / 인천 감독
- "제가 수석코치를 8년 하다 보니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하고 선수들과 관계 그런 것에서 장·단점을 많이 봐왔고…."
김 감독이 지난 4월 대행 자격으로 인천 지휘봉을 잡았을 때 구단은 침몰 직전이었습니다.
김 감독은 성적을 내려면 선수들을 감싸지 말고 강압적으로 지도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따뜻한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5무4패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선 둘째 아들이 암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8년간 숙성했던 지도철학을 지키며 힘든 시간을 극복한 건 아내 덕분이었습니다.
"이 못난 사람한테 와서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내조해서 고맙고 우리 아들도 많이 건강해졌으니까 남은 생 동안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간발의 차로 그룹 A에 오르지 못했지만, 전반기 1승에 그친 인천의 최근 성적은 11경기 연속 무패입니다.
김 감독은 하위리그인 그룹 B에서 뛰는 시간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상위리그에 올라가 있는 팀들보다 승점이 많으면 선수들이 올 한해 마치면서 그래도 뭔가를 이뤘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김봉길 축구는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숙성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MBN뉴스 전광열입니다. [revelg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