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8일(한국시간) 공식적으로 발표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모든 관심은 과연 누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라는 거함을 이끌 새로운 적임자가 될 것인가에 맞춰지고 있다.
궁금증은 생각보다 일찍 풀리는 모양새다. 영국의 현지 언론들은 맨유의 차기 감독으로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튼 감독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사실상 확정적인 흐름이다. 27년간 팀을 이끌었던 장수 감독 퍼거슨 감독의 후임으로 2002년부터 11년간 에버튼을 이끌면서 장수 감독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모예스를 택하는 분위기다.
1878년에 창단, 135년이라는 유구한 맨유의 역사는 사실 간단하게 구분이 된다. 1945년부터 1969년까지 25년간 팀을 이끌면서 첫 번째 전성기를 이끌었던 매트 버스비 감독 시절과 1986년부터 2013년 5월8일 은퇴할 때까지 가장 화려한 시절을 꽃 피운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그리고 버스비 앞에 그저 그랬던 초창기와 버스비와 퍼거슨 사이의 과도기로 정리할 수 있다.
그만큼 맨유라는 역사적 클럽 속에 매트 버스비와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감독의 발자국은 크고 진하다. 퍼거슨 이전에 버스비가 있었고 버스비 이후에는 퍼거슨이 있었다.
버스비는 맨유 역사에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남아 있는 인물이다. 1951-52시즌 부임 후 처음으로 리그 정상에 올랐고 1955-56과 1956-57시즌에는 거푸 챔피언에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1947-48시즌과 1962-63시즌에는 최고 권위인 FA컵도 들어올렸다.
백미는 역시 1967-68시즌 맨유에게 유러피언컵(현 UEFA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안기면서 유럽을 정복하는 쾌감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그 전에 짚을 것이 있다. 1958년,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던 선수단 비행기가 추락해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던 ‘뮌헨 참사’ 이후 기적적으로 팀을 재건한 뒤 거둔 쾌거라는 것이다.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 버스비 동상이 세워지고, 퍼거슨 감독이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전설적 지도자가 바로 매트 버스비 경이다. 그가 연속으로 팀에 재임했던 25년이란 시간은 결코 깨지지 않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버금가는 위대한 지도자가 맨유와 함께 있었다.
버스비가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십여 년의 공백기를 가졌던 맨유는 1986년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적임자로 퍼거슨을 택했고 그와 함께 27년을 동행하면서 이 시대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섰다. 구구절절 소개가 힘들 정도의 화려한 시절이었다.
퍼거슨이 떠나면서 이제 맨유는 또 다른 버스비, 또 다른 퍼거슨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11년 동안 에버튼을 이끌면서 긴 안목의
퍼거슨 이전에 버스비가 있었고 버스비 이후에는 퍼거슨이 있었다. 과연 퍼거슨 이후 모예스 시대가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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